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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투톱 이례적 함께 등장… “北 엄청난 군사대응 직면할것”

입력 | 2017-09-05 03:00:00

[김정은 核 폭주… 6차 핵실험]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전멸(annihilation)’이라는 초강경 용어까지 언급하면서 대북 군사옵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오후 3시 45분(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주재로 백악관에서 열린 국가안보회의(NSC) 소회의를 마치고 기자들 앞에 나타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뒤에는 대장 계급장이 달린 카키색 해병대 정복을 입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이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매티스 장관은 6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에 대한 성명을 1분 15초간 발표했다. 현장 생중계를 지켜보던 미국 CNN 출연자는 “좀처럼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국방장관과 군복 차림의 합참의장이 함께 등장한 것은 드문 일”이라고 분석했다.

최대 규모의 북한 핵 도발을 미국이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NSC 참석에 앞서 교회 예배를 마치고 나오다가 “북한을 공격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지켜보자(We’ll see)”는 짧은 답변만 내놨다. 이어 트위터를 통해 “그들은(북한은) 하나만 오직 이해한다”며 대화보다 대북 군사 대응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NSC 회의에서 모든 대북 군사옵션을 보고받고 준비 태세를 점검했다. ‘엄청난 군사적 대응’ ‘효과적이고 압도적인 대응’ ‘전멸’ 등의 용어를 써 가며 군사적 대응을 경고한 매티스 장관의 성명은 백악관의 엄중한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매티스 장관은 “우리는 북한이라는 한 나라의 완전한 전멸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많은 군사적 옵션을 갖고 있다”며 성명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미국이 대북 군사옵션을 실행하려면 걸림돌이 너무 많다. 우선 군사분계선(MDL)에서 불과 50km 떨어진 서울을 향해 북한이 대량 보복 공격을 할 경우 막대한 인적 물적 피해가 불가피하다. 한국 전역에 거주하는 미국 민간인의 대피도 선행돼야 한다. 또 대북 군사 행동에 앞서 패트리엇(PAC-3) 미사일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대북 방어 전력은 물론이고 증원 병력과 2개 이상의 항모전단을 한반도 인근에 배치해야 한다. 이런 움직임이 사전에 유출될 경우 선제타격 효과가 사라지고 한국 경제와 대외신인도에 치명타가 불가피하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도 대북 군사옵션의 한계와 취약점을 꿰뚫어 보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에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핵·미사일 폭주를 강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도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에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김정은의 ‘핵 맹신’도 주목할 대목이다. 5대 핵 강국(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과 사실상의 핵보유국(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처럼 핵무장을 하게 되면 어떤 나라도 북한을 건드릴 수 없다고 김정은은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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