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룡·국제부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4일자 국제면(18면) 단신으로 북한 6차 핵실험에 관한 외교부 성명을 소개했다. 런민일보의 해외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샤커다오(俠客島)는 3일 오후 5시 48분 ‘조선(북한) 또 핵실험! 중국을 분노하게 하기에 충분하다’는 글을 올린 뒤 곧바로 삭제했다. 중국 보도만 보면 국제사회가 공유하는 위기감이나 절박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처럼 북한 핵실험이라는 사실 보도를 제대로 하지 않은 관영 매체들은 북한 핵개발 억제를 위한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 카드로 대북 석유 금수가 다시 등장하는 것을 방어하는 데는 열심이다. 브릭스 정상회의의 잔치 분위기가 흐려지는 것을 막고 ‘중국 정부는 왜 더 강하게 북한을 압박하지 않는가’라는 여론이 조성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중국 관영 언론이 국내외 뉴스를 어떻게 취급하는지에 대해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중국 당국의 보도 통제를 보면서 국제사회가 북한 핵 질주를 막기 위해 중국에 걸고 있는 대북 압박 노력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아니,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에도 중국은 대북 압박에서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역할을 할 것 같지 않다.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는 중국을 미국이 압박하고, 양국이 밀고 당기는 그동안의 래퍼토리가 또다시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앞선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