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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써야하나” 더 커진 생리대 불안

입력 | 2017-09-05 03:00:00

유해성분 검출 10종 모두 공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4일 여성환경연대와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의 생리대 방출검사 시험 결과의 제품명을 모두 공개했지만 소비자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험 결과의 신빙성을 두고 정부, 시민단체, 전문가 집단, 제조업체 간 공방이 가열되면서다.

○ 여성환경연대 시험 결과 믿을 수 있나

여성환경연대는 지난해 10월 일회용 생리대 10개를 수거해 김 교수팀에 분석을 의뢰했다. 김 교수팀은 체온인 36.5도로 유지된 밀폐 공간에서 생리대 방출 시험을 진행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식약처는 지난달 30일에 이어 이날도 김 교수의 시험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시험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대철 식약처 바이오생약심사부장은 “구체적인 시험 방법을 밝혀야 다른 연구자가 같은 방법으로 연구 결과를 검증할 수 있다”며 “하지만 여성환경연대가 제출한 자료에는 이런 내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팀이 실시한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 검출량 측정 방식도 문제가 있다는 게 식약처의 입장이다. TVOC는 유해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검출된 모든 휘발성유기화합물을 더한 개념이라 유해하지 않은 물질이 섞여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김 교수의 시험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 교수의 시험 결과를 보면 측정값보다 오차범위가 큰 경우가 적지 않다. 예컨대 ‘릴리안 팬티라이너 로즈향’ 제품의 TVOC 검출량은 3607.82ng(나노그램·1ng은 10억분의 1g)이다. 하지만 오차범위(4060.75ng)를 적용하면 최솟값이 오히려 마이너스 452.93ng이 된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는 “이런 측정값이 나오는 건 생리대의 품질 관리가 엉망이거나 김 교수의 측정이 잘못됐기 때문인데 측정 과정이 잘못됐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선행 연구가 없어 국제표준화기구(ISO) 방법을 4년에 걸쳐 개발했다. 분명 과학적 시험”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그는 자신의 연구가 인체 유해성까지 평가한 것은 아니라고 인정했다. 그는 “인체 유해성을 판단하려면 노출 여부 등 다른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방출 시험 결과가 없으면 유해성을 논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시험을 했다”고 설명했다.

○ 유한킴벌리 봐주기 있었나

당초 VOCs가 검출된 일회용 생리대 10개 중 제품명이 공개된 것은 ‘깨끗한나라’가 제조한 ‘릴리안’뿐이었다. 여성환경연대는 처음에 제품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 초 김 교수와 인터뷰한 한 언론이 릴리안에서 TVOC가 가장 많이 검출됐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후 여성환경연대는 다른 제품에서도 TVOC가 검출됐음에도 릴리안 제품만을 못 박아 판매 중지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여기에 여성환경연대와 깨끗한나라의 경쟁업체인 유한킴벌리가 ‘특수관계’인 점이 드러나면서 여성환경연대가 유한킴벌리를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더해졌다. 실제 여성환경연대는 유한킴벌리로부터 여러 차례 후원을 받았으며, 유한킴벌리 임원이 여성환경연대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여성환경연대는 이런 의혹에 “(유한킴벌리가) 시험 결과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김 교수 역시 유한킴벌리 지원 의혹에 대해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교수는 5일 기자회견을 연다.

김호경 kimhk@donga.com / 춘천=이인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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