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어 오르는 마케팅비, 더욱 치열해진 경쟁, 한없이 줄어만 가는 성공 확률, 폐업하는 중소 게임사들까지.
현재 국내 게임산업의 현실을 단적으로 표현해주는 문장들이다. 이처럼 수많은 게임사들이 문을 닫고 투자가 씨가 마르는 등 악재가 가득한 가운데, '잘 만든 게임' 하나로 회사 가치를 극대화시키며 승승장구하는 몇몇 게임사들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게임 하나만 잘 만들면 국내 상장은 물론 몇 대가 써도 다 못쓸만한 부를 손에 쥐게 되는 현실을 보면, 게임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해도 여전히 타 산업을 압도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임이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엔씨소프트는 '잘 만든' 게임인 '리니지'를 '리니지M'으로 변모해 출시하면서 모바일 시장 진입이 늦고 경쟁력이 없다는 약점까지 날려버리며 또 다시 게임업계의 제왕으로 군림하기 시작했다.
리니지M 포스터 / 엔씨소프트 제공
2008년에 2만 원대까지 곤두박질 쳤던 주가는 '아이온' 출시와 함께 38만 원대까지 치솟은 바 있지만, '리니지M'의 성공은 이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현재 (9월5일 오전11시 기준) 41만 원대의 주가를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엔씨소프트가 오랜 '리니지' 서비스 경험을 살려 모바일로 변모시킨 '리니지M'은 출시와 동시에 국내 양대마켓 매출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8월 들어 동시접속자 수치가 갱신되었고 '판도라의 유물상자' 판매 이벤트 등의 성과로 PC 온라인 게임 시절의 '이벤트 효과'가 그대로 입증되면서 엔씨소프트의 기업 가치가 급등했다.
특히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사상 최대의 매출'이 유력화되고, '리니지2'의 IP를 활용한 '리니지2 레볼루션'의 성공적인 일본 진출 등이 맞물려 엔씨소프트의 가치는 더욱 치솟아 오르는 모양새다.
리니지2 레볼루션 일본 포스터 / 넷마블게임즈 제공
실제로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4일 엔씨소프트에 대해 "3분기 최고 실적이 예상되며 내년에도 실적 개선이 유지될 전망"이라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60만 원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주가가 최고가인 41만 원대에 와 있지만 훨씬 더 기업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는 뜻으로, 만약 정말로 주가가 60만 원에대 진입하게 되면 엔씨소프트의 시총은 13~14조 원에 이르게 될 전망이다.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블루홀, 이보다 더 행복할 순 없다>
엔씨소프트에 이어 블루홀도 '배틀그라운드'로 글로벌 초대박을 기록하면서 기업 가치가 급등한 대표적인 사례로 떠오른다.
현재 '배틀그라운드'는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인 스팀(Steam)에 테스트 버전인 '얼리 억세스' 형태로 출시된 상황이며 올해 말 정식 버전의 발매가 예정되어 있다.
배틀그라운드 포스터 / 블루홀 제공
이처럼 아직 정식 발매가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배틀그라운드'는 지난 3월 출시와 동시에 입소문을 타고 글로벌 시장 전체적으로 급격하게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출시 2개월 만에 3백만 장을 돌파했고 출시 5개월 째인 지난 달 21일에 8백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최근 스팀 동시 접속자수도 90만 명을 넘어섰다. 국내 PC방 점유율 또한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블리자드의 '오버워치'를 넘어서면서 압도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며, 아프리카TV와 트위치 등 스트리머들이 가장 애용하는 게임으로 꼽히기도 했다.
재미난 점은 '배틀그라운드'의 재미에 이끌려 유력 개발자들이 앞다투어 블루홀로 찾아온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도 엔씨소프트나 넥슨 등의 대기업 보다 블루홀에 입사하기가 더 어렵다는 소문이 개발자 사이에 돌고 있고 세계의 유명 개발자들 중에서도 아예 비행기를 타고 블루홀로 찾아와 입사 제안서를 내고 가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이처럼 우수 개발자들이 블루홀로 몰리고 있는 가운데, 업계 관계자들은 '배틀그라운드'의 유일한 단점으로 지적되는 최적화 부분만 개선된 형태로 정식 출시가 된다면 주가가 지금 보다 훨씬 급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와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 퍼블리싱 계약 / 카카오 제공
한 업계 관계자는 "'배틀그라운드'는 현재 지포스1050 이상의 그래픽 카드를 써야 하지만, 최적화를 통해 요구사항을 더 낮춘다면 글로벌로 현재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국내 PC방 순위 또한 2위로 올라서고 있는 만큼 카카오의 PC방 퍼블리싱으로 매출이 본격화되면 회사 가치가 현재 4조원에서 더 늘어나 국내 순위 3~4위 권의 대장주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펄어비스, '검은사막' 하나로 1조 원 진입 초읽기>
안양에 위치한 펄어비스 또한 최근 돈 방석에 앉은 게임 개발사로 이름이 높다. 펄어비스는 '릴온라인', 'R2', 'C9'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스타 개발자로 떠오른 김대일 의장이 설립한 회사로, '잘만든' 게임인 '검은사막'의 선전으로 최근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검은사막 포스터 / 펄어비스 제공
'검은사막'은 펄어비스가 4년간 자체 개발한 게임으로, 2014년 국내 출시에 이어 2015년 일본과 러시아, 2016년 북미, 유럽, 2017년 대만, 남미 시장에 차례로 진출해 성공을 거두면서 글로벌 흥행 MMORPG로 떠올랐다. 현재 7개 권역 100여 개 국가에 진출해 누적 가입자 765만, 누적 판매액 3400억 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서비스한 북미, 유럽 지역과 별도의 퍼블리셔 없이 자회사를 통해 직접 서비스를 추진한 대만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2016년 622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검은사막 모바일 스크린샷 / 펄어비스 제공
'검은사막'의 글로벌 성과에 이은 모멘텀도 좋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의 서비스 지역 확대와 플랫폼 확대, 차기작 개발, M&A 등을 추진할 계획으로, 지난 3월에 중국 스네일 게임즈와 중국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해 4분기 중국 서비스를 준비 중이며 연말에 동남아 및 터키 지역 직접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을 잡고 내년 2분기에 검은사막 XBOX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며 검은사막 IP를 기반으로 개발한 검은사막 모바일도 2분기에 출시를 예고하는 등 플랫폼 확장을 통해 기억 가치를 보다 급증시킨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검은사막'의 선전을 통해 펄어비스는 최근 IPO 관련으로 공모가가 10만3천원으로 확정되었으며, 예상 시가 총액은 1조2,428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학동 기자 igela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