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 대표팀.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마지막 순간까지 신사적이었다. 텃세도 없었다. 9월 5일(한국시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벌어졌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축구대표팀과 격돌한 우즈베키스탄이 그랬다.
본선 대회 개막 3년여 전부터 시작되는 월드컵 지역예선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1~2차 예선은 나은 편이다. 최종예선에 돌입하면 훨씬 경쟁이 치열하다. 이 과정에서 온갖 꼼수가 난무한다. 경쟁국 선수단을 피곤하게 하려고 숙소에서 멀리 떨어진 훈련장을 제공하고 가까운 거리를 한참 돌아가게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불과 어제까지도 잘 운영되던 훈련장이 알 수 없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사용할 수 없게 된 이해 못할 경우도 있었다.
특히 중동국가와 중국의 악명이 높다. 사우디아라비아 원정에 나선 B조 일본은 지나친 냉대와 비협조 탓에 선수단이 호텔에서 택시를 타고 훈련장으로 향하기도 했다. 9월 1일부터 진행된 타슈켄트 원정을 앞두고 대한축구협회의 고민은 컸다. 서로를 반드시 이겨야 하는 만큼 우즈베키스탄이 우리 선수단의 사기에 영향을 줄 돌발행동을 할 수 있다는 우려를 했다.
8월 초 대표팀 매니저를 현지로 사전답사 보낸 배경이다. 모두 기우였다. 그들은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우리의 요구를 전부 들어줬다. 훈련장의 잔디길이, 체류기간 동안 동일한 훈련장 사용 등의 요청을 군말 없이 받아들였다. 훈련장을 편편하게 해달라고 하자 롤링작업까지 하는 정성을 보여줬다.
우즈베키스탄 축구협회는 우리 선수단이 타슈켄트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일반인과 함께 줄을 늘어서 정식으로 입국수속을 밟는 대신, 약식으로 대신해 빨리 숙소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왔다.
덕분에 긴 비행으로 인한 피로누적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일반인들은 비행기 착륙 뒤 공항을 빠져나갈 때까지 1시간 넘게 걸렸다.
일각에서는 우호적인 두 나라의 관계가 큰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본다. 1990년 당선돼 2016년 9월 사망할 때까지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을 지낸 이슬람 카리모프는 정부 주도를 통해 급속도로 발전한 한국을 롤 모델로 삼았다. 그는 우리 정부의 초청으로 종종 방한해 정상회담도 가졌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총리 등 국내 고위 정치인들과도 적극 교류해왔다.
대표팀 관계자는 “한국인을 향한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의 인식이 좋다. 월드컵 최종예선임에도 자신들이 가능한 범위에서 많이 도와줬다. 적어도 생활하는데 불편한 것은 거의 없었다. 적대적인 인상은 전혀 받지 못했다. 솔직히 너무 우호적이라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닐지 걱정까지 했다”고 털어놓았다.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