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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실험후 2차 함몰지진 있었다” 기상청, 이틀만에 발표 번복해 논란

입력 | 2017-09-06 03:00:00

[北 6차 핵실험 후폭풍]3일 핵실험 당일엔 “파악 안돼”
지질硏, 당시 함몰지진 감지 통보
기상청 “워낙 미약해 공개 안해” 해명
일각 “일부러 숨긴 것 아니냐” 지적




북한 핵실험으로 발생한 인공지진의 여파로 2차 함몰지진이 관측됐는데도 기상청이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다가 뒤늦게 발표해 ‘고의 은폐’ 논란이 일고 있다.

기상청은 “3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일대에서 규모 5.7의 인공지진 발생 이후 약 8분 30초 뒤인 낮 12시 38분 32초에 규모 4.4의 2차 함몰지진이 발생했다”고 5일 밝혔다. 위치는 6차 핵실험을 진행한 곳에서 남동쪽으로 7km 정도 떨어진 지점이다.

기상청은 핵실험 당일 “국내 지진계는 풍계리에서 400∼600km 떨어져 있어 함몰지진이 파악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틀 만에 발표 내용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하지만 기상청은 당시에도 함몰지진으로 추정되는 지진파를 측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신호가 미약하고 특성이 분석되지 않아 일단 인공지진 발생 초기 분석 결과를 기준으로 브리핑했다”는 것이 기상청의 해명이다.

그럼에도 기상청의 ‘고의 은폐’ 의혹이 제기되는 건 핵실험 당일 국책연구기관인 지질자원연구원이 함몰지진 감지 사실을 기상청에 통보했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이날 오후 6시 35분경 기상청에 “핵실험 후 8분 뒤 붕괴지진이 관측됐다”고 알렸다. 4일 오후 1시에도 함몰지진 분석 자료를 기상청에 보냈다.

기상청은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다가 언론 보도 뒤에야 “지질자원연구원 자료는 과학적 분석 내용이 없어 함몰지진으로 확신할 수 없었고 추가 분석이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오히려 “지진·화산재해대책법상 기상청으로 일원화해 (지진파를) 발표해야 하는데 지질자원연구원이 이를 어기고 언론에 이야기해 문제가 생겼다”며 책임을 돌렸다.

기상청은 6차 핵실험의 폭발력을 두고도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에 비해 ‘9.8배 크다’고 밝혔다가 이후 ‘5, 6배 크기’로 정정했다. 폭발력 크기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데 대해 “에너지를 계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의 잦은 말 바꾸기에 ‘정부 차원에서 문제를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온다. 기상청 관계자는 “인공지진의 폭발력 등 분석 자료는 오차범위까지 포함해 합동참모본부에 보고한 뒤 확인을 받아 결과를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 과정에서 인위적 조율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기상청 분석이 수시로 바뀌다 보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기상청은 양치기 소년” “함몰지진으로 방사능이 누출돼 남한으로 올 수 있기 때문에 숨긴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