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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北, 풀 뜯어먹더라도 핵 포기안해”… 대북제재 ‘러시아 변수’

입력 | 2017-09-06 03:00:00

[北 6차 핵실험 후폭풍]文대통령 6일 푸틴과 정상회담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한국과 미국이 초강경 대북제재를 공동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러시아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내비치며 북핵 외교전의 최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례적으로 직접 ‘원유 공급 중단’은 물론이고 ‘북한 노동자 송출 금지’를 요청한 문재인 대통령은 6일 러시아를 방문해 한-러 정상회담을 한다.

푸틴 대통령은 5일 중국 샤먼(廈門)에서 열리고 있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현 상황에서는 그 어떤 제재도 소용없고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고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는 한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북한)은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 한 풀을 뜯어먹을지언정 (핵무기) 프로그램을 중단하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현재 러시아와 북한의 교역은 사실상 제로 상태다.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송출도 다해야 3만 명이다. 이것도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전날 문 대통령이 전화 통화에서 “대북 원유 공급 중단과 북한 해외 노동자 송출 금지 등 북한의 외화 수입원을 차단할 방안을 유엔 안보리에서 진지하게 검토할 때”라고 촉구한 것을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러시아의 태도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북-러 양국은 김정은이 6월 북한을 찾은 외신기자에게 “중국을 더 이상 믿기 어렵다. 러시아와의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가까운 상황이다. 여기에 북한 경제력의 근간인 원유와 노동자 송출은 모두 러시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5월 로이터통신 등은 북한 국적의 원유 운반선이 블라디보스토크항과 북한 동해안 항구를 지속적으로 오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 중 하나인 노동자 송출도 중국보다 러시아가 더 많다. 결국 문 대통령이 공언한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르고 북한이 절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질적인 조치”를 위해서는 러시아의 대북제재 동참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러시아가 대북제재에 ‘비토’ 의사를 보이면서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당장 6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제3차 동방경제포럼 참석을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하는 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회동을 하고 대북제재 동참을 설득할 계획이다. 특히 방러 첫 일정인 한-러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이 이번 순방의 성공을 판가름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던 문 대통령은 6차 핵실험을 계기로 강경론으로 돌아선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은 제재와 압박 수위를 최고도로 높이고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지속돼야 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한미 간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필요 없다는 합의가 돼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타르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과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면서도 “평화적 해결을 위해선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어떤 차원의 대화도 피하지 않을 것이지만 지금은 강력히 압박해야 할 때이지 대화를 말할 때가 아니다”라면서 “북한에 제재와 압박을 최고 강도로 부과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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