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중생 이어… 강릉서도 여고생 등이 또래 집단폭행 폭행장면 영상통화로 생중계까지 “알려지면 페북스타” 죄의식 없어 미성년자 처벌 감경, 교화는 부실 흉포해지는 10代 범죄 속수무책
강릉 집단폭행 사건의 피해자 A 양이 7월 17일 새벽 뺨을 맞는 모습. 동영상 캡처(A 양 가족 제공)
약 두 달 만에 세상에 알려진 ‘강릉 10대 소녀 집단폭행 사건’은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과 판박이였다. 가해자들은 게임을 즐기듯 때렸고 피해자는 속수무책으로 맞았다. 가해자들은 어김없이 폭행 현장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뒤 마치 전리품처럼 동영상을 공유했다.
5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동영상에는 당시 끔찍했던 상황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사건은 7월 17일 오전 1시경 경포대해수욕장에서 일어났다. A 양(17)은 B 양(17) 등 6명으로부터 폭행당했다. 가해자 중 1명이 ‘아이 낳은 걸 후회한다’고 말한 사실을 A 양이 주변에 퍼뜨렸다는 이유였다. 같은 날 오전 5시경 A 양은 가해자 한 명의 자취방으로 끌려가 또 폭행당했다. 가해자들은 A 양과 친한 오빠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이 장면을 중계했다.
10대 범죄는 이미 수위를 가늠하기 어렵다. 심각한 건 청소년들이 갈수록 범죄에 둔감해지는 것이다. 어리다는 이유로 이들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지만 정작 이들을 바로잡을 제도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A 양을 집단 폭행한 소녀 6명 중 5명은 범죄 전력으로 보호관찰 처분 등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1명이었다.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의 가해학생 4명 중 2명도 이미 다른 범죄를 저질러 법무부가 관리하고 있었다. 가해자 C 양(15)은 얼마 전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D 양(15)은 보호관찰 상태였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교화’는 사실상 전무했다. 10대의 몸과 마음은 어른들의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변했지만 사회 시스템은 여전히 ‘아이들’로 보고 있는 것이다.
조동주 djc@donga.com / 부산=강성명 / 강릉=이인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