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거친 말만 하고 큰 몽둥이 쓸 생각 없어… 북한 김정은에 안 통해 문재인, ‘전쟁은 안 된다’는 부드러운 말 할 때는 큰 몽둥이 갖고 있어야 전술핵이 큰 몽둥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말은 부드럽게 하되 큰 몽둥이를 지니고 있으라(Speak softly and carry a big stick)”는 말을 남겼다. 트럼프는 반대다. 그는 북한에 “군사적 옵션을 포함해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올라 있다”고 엄포를 놓고 중국에 “북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면 환율조작국 지정도 불사하겠다”고 말한다. 그가 부동산 사업에서 익힌 협상의 기술 중 하나가 일단 거칠게 말하고 보자는 것이다.
정말 조심해야 할 상대는 부드럽게 말하는 쪽이다. 부드럽게 말하는 쪽이 큰 몽둥이를 쓸 가능성이 높다. 거칠게 말하는 쪽은 몽둥이를 쓸 생각이 없어 말로 기선을 잡으려는 것이다. 몽둥이를 쓰는 데는 돈이 들어간다. 사업가 출신 트럼프는 그런 돈이 아까운 것이다.
뉴욕군사학교를 나온 트럼프는 군사력을 실제 사용해서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보다는 군사력의 압도적 우세를 과시함으로써 상대방을 지레 겁먹게 하는 게 돈이 덜 든다고 여긴다. “화염과 분노” 같은 거친 말만 늘어놓고 매번 위력 시위나 하고 돌아가는 것은 트럼프의 머릿속에서나 가능한 군사력의 돈 안 드는 활용법에 따른 것이다. 위력 시위 후 북한이 잠시 조용해지자 “김정은이 현명하다”며 그 효력이 하루도 못 갈 말을 하는 것은 무너지는 믿음에 대한 안타까운 집착이다.
큰돈이 들어감에도 큰 몽둥이를 쓰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높은 가치를 추구할 때 가능하다. 트럼프는 동맹국들을 미국의 군사비나 축내고 무역을 통해 미국의 이익이나 빼내가는 나라로 묘사하고 있다. 그에게 자유의 가치를 함께 지킨다는 정신은 희미해졌다. 트럼프의 미국은 자유의 제국에서 한 힘센 국가로 후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전히 ‘전쟁만은 안 된다’는 말을 ‘북핵은 안 된다’는 말보다 앞세운다. 그 메시지는 분명하다. 북핵을 용인하는 한이 있더라도 전쟁만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큰 몽둥이도 없이 부드러운 말을 하는 상대만큼 우스운 상대도 없다. 전쟁만은 안 된다는 부드러운 말은 큰 몽둥이를 갖고 있지 않으면 무력한 투항일 뿐이다.
전술핵이 우리가 가져야 할 큰 몽둥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하고 한미가 그 사용을 공유하는 것이 시급해졌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아직 레드라인(red line)을 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레드라인이라는 발상 자체가 틀렸다. 핵 보유는 명확한 선(線)을 긋기 어려운 면(面)의 개념이다. 북한은 핵 보유라는 레드 존(red zone)에 들어온 지 이미 오래고, 나가지 않을 것이 분명해졌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