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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주성원]‘러스트 벨트’의 부활

입력 | 2017-09-06 03:00:00


실업자들이 길게 늘어선 구직사무소. 디스코음악 ‘핫 스터프’가 흘러나오자 그 상황에도 엉덩이부터 들썩 춤을 춘다. 영국 영화 ‘풀 몬티(The Full Monty·1997년)’의 한 장면이다. 1980년대 해고된 노동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남성 스트립쇼를 준비한다는 유쾌한 내용이지만 배경은 그렇지 않다. 쇠락한 도시 셰필드의 암울한 현실이 드러난다. 셰필드는 영국을 대표하는 철강도시였다. 연고 축구팀인 셰필드 유나이티드와 셰필드 웬즈데이의 경기를 ‘스틸 시티 더비(The Steel City Derby)’로 부를 정도다.

▷미국의 ‘스틸 시티’는 피츠버그다. 피츠버그의 프로풋볼(NFL)팀 이름도 ‘스틸러스(Steelers)’다. 피츠버그의 철강산업도 1970년대부터 쇠퇴하기 시작했고 디트로이트, 필라델피아 등 미국 북동부 공업지대가 비슷한 운명을 맞았다. 강성 노조로 인한 인건비 상승과 저가 수입품 공세 등이 이유다. 이 지역을 쇠에 스는 녹(Rust)에 빗대 부르는 ‘러스트 벨트(Rust Belt)’라는 표현에는 100년의 호황과 50년의 불황이 녹아 있다.

▷노동집약산업에서 자동화로 제조업의 패러다임이 이동하면서 많은 나라들이 러스트 벨트의 고민을 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스트 벨트를 살리겠다고 공언해 당선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정부도 한때 제조업 중심지였다가 침체된 선양 등을 되살리기 위해 고심한다. 우리나라도 울산과 경남 거제 등 조선소와 경북 포항 등 제철소가 몰린 지역이 ‘한국판 러스트 벨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심지어 올해 1∼6월 전년 대비 신생아 수 감소율이 가장 큰 곳이 경북(―14.5%)과 울산(―14.0%)이었다.

▷셰필드는 문화산업을 키워 문화·관광 도시로 거듭났다. 중국은 선양 산업단지 입주 기업을 지원하는 기금을 조성하고 법인세 혜택도 주기로 했다. 트럼프가 법인세를 15%까지 낮추겠다고 하고,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는 것도 러스트 벨트 부활 정책이다. 우리나라도 힘을 잃어가는 산업단지를 되살리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때다.
 
주성원 논설위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