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처럼 등장해 2017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고 있는 블루홀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가 끝이 보이지 않는 성장세로 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블루홀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배틀그라운드는 9월 1일자로 판매량 1000만장을 돌파했으며, 동시접속자수도 97만명을 기록하면서 난공불락이었던 도타2를 밀어내고 1위에 등극했다. 지난 3월 출시 이후 6개월도 안되는 기간동안 달성한 기록이다.
심지어 배틀그라운드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부분유료화가 아닌 유료 패키지 판매이며, 정식 출시도 아닌 얼리엑세스 상태인 만큼 이 기록이 더욱 충격적이다. 앞으로 정식 버전이 출시되고, 한국, 중국 등에서 PC방 서비스가 본격화된다면 얼마나 더 성장하게 될지 가늠이 안될 정도다. 한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당분간 이 기록을 뛰어넘는 게임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출처=게임동아)
이용자들이 이처럼 배틀그라운드에 열광적인 환호를 보내고 있는 이유는 매출을 위해 타협하지 않고, 오로지 완성도만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기존에 배틀로얄 장르 게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장르의 창시자인 브렌든 그린을 영입해 정통성을 확보했으며, 유료 패키지 판매 방식을 고집하면서 밸런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아이템을 배제해, 100명이 모두 동등한 입장에서 생존 싸움을 벌이는 배틀로얄 장르의 기본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확률형 아이템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게임들이 대부분인 현 게임 시장에서 오랜만에 등장한 갓게임인 것이다.
최근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개인 방송도 배틀그라운드의 돌풍에 큰 역할을 했다. 100인이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맨몸으로 시작해 최후의 1인이 살아남을 때까지 싸우는 과정에서 다양한 스토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만큼, 방송마다 다른 재미를 이끌어내야 하는 스트리머(개인방송인)들에게 최적화된 게임이었던 것. 후라이팬으로 총알을 튕겨내는 장면이나, 운전 미숙으로 어이없이 죽는 장면 등 매번 경기마다 명장면이 연출되니, 보는 재미가 중요한 개인 방송에 안성맞춤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배틀그라운드는 알파 테스트 단계부터 트위치 유명 스트리머들이 방송에 소개한 덕분에 입소문이 빠르게 퍼져, 얼리엑세스 시작 초기부터 높은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었다.
게임 스트리밍 방송데이터 조사업체인 가모로코의 발표에 따르면 트위치에서 지난 8월 배틀그라운드의 월간 누적 방송 시간이 리그오브레전드를 밀어내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리그오브레전드의 방송 시간이 2위로 밀려난 것은 가모로코가 트위치TV 누적 시청시간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4년 9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플레이어언노운 배틀그라운드 리뷰 이미지(출처=게임동아)
e스포츠 시장 진출 역시 배틀그라운드의 상승세에 불을 붙였다. 지난 8월 게임스컴에서 진행된 최초의 오프라인 대회인 인비테이셔널 행사는 믹서, 트위치, 유튜브, 페이스북, 판다TV, 아프리카TV, 카카오TV, OPENREC, 네이버 등 9개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방송됐으며, 트위치 공식 채널 53만명, 중단 판다TV 공식 채널에서 560만명이 동시 시청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배틀그라운드가 800만장 돌파 후 단지 2주만에 1000만장을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은 게임스컴 인비테이셔널 행사가 도화선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기 참가자가 100명이나 되는 만큼 본격적으로 e스포츠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아직 ㅎ결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지만, 현재의 기세라면 현재 e스포츠 분야에서 독보적인 1위인 리그오브레전드에 버금가는 인기 종목으로 떠오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물론, 아직 정식 버전이 아닌 얼리엑세스 상태인 만큼 프로그램 최적화 문제, 고질적인 렉 문제, 지역별 핑 문제 등 여러가지 문제들이 지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식 버전에서도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열기가 급속도로 식어버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10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배틀그라운드를 선택했으며, 이 수치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는 RTS 장르의 스타크래프트, AOS 장르의 리그오브레전드의 반열에 오를만한 엄청난 게임의 성장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김남규 기자 kn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