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 선수들은 늘 부상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필드닥터는 경기장에서 발생하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 의사를 말한다. 8월 29일 잠실에서 벌어진 롯데-두산전 도중 동료와 충돌해 부상당한 김재호가 들것을 타고 앰뷸런스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KBSN SPORTS 캡쳐
정형외과 전문의, 순번 정해 야구장 지켜
매타석 다른 것처럼 수술도 매번 다르다
우리나라 최고의 인기 스포츠는 무엇일까?
각 종목 팬들의 입장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해마다 최다관중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프로야구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프로야구라는 인기스포츠를 관중석이나 TV가 아닌 선수들과 가까운 곳에서 보는 것은 매우 특별한 기회다. 필드닥터가 경기를 지켜보는 곳은 본부석 3루 쪽에 있는 방이다. TV중계 화면에는 불투명한 유리로 막혀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 곳이다. LG의 필드닥터이지만 3루 쪽에 가깝게 있다보니, 경기 중에는 원정팀 선수들을 주로 가까이에서 보게 된다.
미트에 펑펑 꽂히는 투수의 강속구와 타자들의 호쾌한 장타, 묘기에 가까운 수비 등을 보는 것도 신나는 일이지만, 반투명 유리창 너머로 타석에 들어서기 전까지 배팅 연습을 하는 타자들을 관찰하는 것은 TV로만 경기를 볼 때는 상상하지 못했던 특별한 경험이다.
지금은 메이저리그 밀워키로 떠난 NC 에릭 테임즈는 웬만한 사람의 허벅지 두께와 같은 팔뚝을 자랑했다. 특히 한 손으로만 배트를 잡고 강하게 돌리는 모습은 팔뚝에 그려진 문신만큼이나 위압적이었다.
내년이면 경기장에서 볼 수 없을 국민타자 이승엽이 타석을 바라보고 서 있을 때는 여전히 늠름한 뒷모습에서 왠지 모를 감동과 존경심이 생겼다.
잘 알려진 대로 그는 신고선수로 시작해 KBO리그 최고타자의 위치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2014년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전대미문인 한 시즌 200안타를 달성한 것은 앞으로도 쉽게 깨지기 힘든 대기록이다. 최고의 위치에 있는 선수이지만 여전히 목마르고 배고파 보였다. 진정한 프로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온몸으로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필자는 정형외과 의사로서 무릎관절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을 한다.
수술은 수술실에서 하지만, 수술이라는 전체 과정은 사실 수술실 이전에 교수연구실에서부터 시작된다. 정형외과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세부전공을 정해 지도교수님의 수술을 수없이 참관했지만, 막상 전문의가 되어서 내 환자를 처음 수술할 때는 많은 걱정과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처음 수술집도가 예정됐으면 교과서와 논문으로 공부를 하고 다른 의사들의 수술 동영상을 찾아보며 스승과 선배들의 조언을 구해서 수술 준비를 했다. 그렇게 준비한 수술은 비록 수술 전에는 경험이 적어 걱정도 했지만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환자는 자신의 모든 것을 의사에게 맡기고 몇 시간 동안 마취를 하고 누워있기로 한 사람들이다. 환자를 치료할 때 한 치의 소홀함도 용납되지 않는 이유다.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지만 한 순간도 소홀함이 없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모습에 나 자신을 비추어 본다. 나는 과연 초심을 지키고 있는가?
환자의 병력, 이학적 검사소견, 엑스레이, MRI검사 결과를 꼼꼼히 확인해 수술계획을 최종 점검하고 수술과정을 머리 속에 그리며 이미지트레이닝을 해 본다. 나는 이제 나만의 타석, 내 환자가 기다리는 수술실로 향한다.
나영곤 LG트윈스 필드닥터·가천대길병원 정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