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중장기 발전 정책·전략을 개발하겠다며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신설된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에 학계의 대표적 친문(친문재인)계 인사인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가 5일 위촉됐다. 문 대통령의 취임 직후 대통령 ‘업무지시 1호’로 설치된 일자리위원회를 신호탄으로 정책기획위원회, 4차산업혁명위원회, 국가교육회의, 북방경제협력위원회,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 등 출범했거나 출범을 앞둔 위원회만 벌써 8개다. 국민경제자문회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 기존 위원회는 대통령이 장(長)의 역할을 맡는 식으로 기능이 강화되고 규모가 커졌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장관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면서 ‘낮은 청와대’를 지향했다. 문 대통령 취임 직후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도 “‘작은 청와대’ 구상에 따라 각 부처에 힘을 싣겠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 개편에서 정책실장이란 장관급이 한 자리 더 늘었고, 장관급 위원장 자리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거꾸로 장관들은 현안에서 실종됐다. 세제(稅制)가 주 업무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가 뒤집히면서 유감 표명까지 해야 했다. 안보 부처 사이에서는 청와대가 정보를 틀어쥐고 외교부 장관과도 공유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외교부 패싱’이란 용어가 오르내린다.
문 대통령의 공약은 박근혜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뜻이 담긴 것이었다. 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임기 초반부터 대통령과 정부 부처의 다리 역할을 해야 할 청와대가 공룡처럼 비대해지고 특정 라인이 대통령의 귀를 막으면서 장관이 대통령에게 대면(對面) 보고를 했는지가 뉴스가 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옮기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도 구중궁궐에서 군림하는 것 같은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