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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대북 원유 끊어달라” 中-러시아는 냉랭

입력 | 2017-09-07 03:00:00

문재인 대통령, 푸틴과 정상회담서 요청… 푸틴 “민간 피해 우려” 완곡 거절
트럼프,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로… 시진핑과 통화서 원유 차단 요구




6일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평창 겨울올림픽 홍보관을 방문해 마스코트 인형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문재인 대통령과 한반도 주변 정상들이 김정은의 6차 핵실험 후 최고조에 이른 북핵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인 외교전에 들어갔다. 하지만 한미와 중러는 물론이고 각국의 북핵 해법과 스탠스가 미세하게 엇갈리고 있어 김정은의 핵폭주를 억제하기 위한 국제사회 차원의 실효적인 대북제재 마련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6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여기서 북한의 도발이 멈추지 않으면 통제할 수 없는 국면으로 빠져들 수 있다”며 “북한의 도발을 멈출 수 있는 지도자가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인 만큼 두 지도자가 강력한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북한을 대화의 길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면서 “이번에는 적어도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게 부득이한 만큼 러시아도 적극 협조해 달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북에 연 4만 t 정도의 아주 미미한 양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북한 핵 개발을 반대하고 규탄한다. 다만 원유 공급 중단이 병원 등 북한 민간 영역에 피해를 입힐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사실상 완곡하게 거절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핵 문제는 압박과 제재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북한은 아무리 압박해도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감정에 휩싸여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세울 필요는 없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냉정하게 긴장 완화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도 했다.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의 핵 폐기를 이끌어내겠다는 한국과 미국의 북핵 해법에 반대 의사를 밝힌 셈이다.

오히려 러시아는 한미일이 주도하는 북핵 해법 대신 자신들의 방식을 제시했다. 푸틴은 “러시아와 중국이 마련한 북핵 해법 로드맵이야말로 긴장 완화의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이 로드맵은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동시 중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 주석도 북한의 6차 핵실험 후 처음으로 6일(현지 시간) 통화를 갖고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안 강도와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중국 기업과 개인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시행을 압박하며 대북 원유 공급 차단을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결과에 따라 미국이 11일로 예고한 유엔 안보리의 새로운 대북제재안 표결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을 ‘근린궁핍화 정책’이라며 비판한 시 주석은 대북 원유 공급 차단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블라디보스토크=한상준 alwaysj@donga.com / 문병기·이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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