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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장 대규모 산사태… “北도 주변건물 긴급 안전점검”

입력 | 2017-09-07 03:00:00

[北 6차 핵실험 후폭풍]38노스 “1∼5차때보다 훨씬 큰 규모… 갱도 지표면 함몰구멍은 관찰 안돼”
日, 폭발력 70kt→160kt으로 수정…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10배 위력




위성사진으로 본 6차 핵실험 전후 북한이 3일 6차 핵실험을 진행하기 전후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만탑산 일대 인공위성 사진. 실험 전(왼쪽)에 비해 실험 후에는 희게 보이는 산사태 발생 흔적이 여러 곳에 있다. 사진 출처 38노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진행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일대에서 앞서 5차례 핵실험 때보다 훨씬 큰 규모의 산사태가 발생했다고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가 5일 전했다.

38노스는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한 다음 날인 4일 풍계리 일대를 촬영한 상업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핵실험장이 있는 곳뿐만 아니라 주변 여러 곳에서 토사가 무너져 내린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하 갱도 함몰 지진이 있었다면 보였어야 할 지표면의 함몰 구멍(collapse crater) 증거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38노스는 설명했다. 또 38노스는 해발 2200m 고지의 견고한 화강암 지대인 만탑산에서 핵실험 당시 발생한 지진으로 일부 지대가 들어올려진 지형 변화가 관측됐다고 분석했다.

이런 변화는 과거 핵실험 때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들로 이를 통해 이번 핵실험이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6일 북한의 6차 핵실험 당시 폭발력(TNT 폭약 환산 기준)이 처음 추산했던 70kt을 넘어 160kt에 달하는 것으로 수정 발표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이날 “국제기관에 의한 인공지진 규모(매그니튜드)의 최종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추산했다”고 말했다. 일본 방위성은 핵실험 당일인 3일 폭발력을 70kt으로 추산했다가 5일에는 이를 120kt으로 상향조정했으며 이날 다시 160kt으로 발표했다.

160kt은 TNT 폭약 16만 t이 폭발한 것과 같은 위력으로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廣島)에 투하됐던 원자폭탄 위력(16kt)의 10배에 이른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로 인한 사망자는 약 14만 명에 달했고, 사흘 뒤 나가사키(長崎)에 투하된 원폭(21kt)의 사망자는 7만4000여 명이었다.

앞서 5일 중국의 저명한 핵물리학자인 중국핵공업그룹 과학기술위원회 선임고문 왕나이옌(王乃彦) 원사(院士·과학계 최고 권위자에게 주는 호칭)도 6차 핵실험 위력을 108.3±48.13kt으로 추정했다. 그는 “추가 핵실험은 산 전체가 붕괴되게 하고 이로 인해 유출된 방사능은 중국을 포함한 인근 지역에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같은 날 중국과학기술대학 지진실험실도 이번 핵실험의 폭발력이 108kt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우리 국방부는 여전히 6차 핵실험 규모가 50kt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기상청도 핵실험 이후 8분 뒤 4.6 규모의 함몰 지진이 발생한 사실을 하루 넘게 숨겼다. 이 때문에 정부가 북한 핵실험 규모를 의도적으로 평가 절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핵실험 당일인 3일 길주 인근 주민들이 지진이 난 줄 알고 대피했으며, 북한 당국이 낙후된 건물의 붕괴를 우려해 주요 도시에서 건물 안전점검에 들어갔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5일 보도했다. 방송은 북한 내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핵실험 느낌보다는 지진이 일어났다는 느낌이 강해 아파트에 살던 주민들이 급히 대피했으며 한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핵실험 다음 날인 4일 주요 도시들에 증축했거나 낡은 아파트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라는 당 중앙의 지시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자칫 이번 핵실험이 낡은 아파트 붕괴와 같은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간부들과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함경남도 함흥시 이남 사람들은 북의 핵·미사일 압박이 미국의 선제공격으로 이어질까 불안해하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주성하 zsh75@donga.com·황인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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