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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核 함몰지진’

입력 | 2017-09-07 03:00:00


자연지진은 발생 원인에 따라 구조지진, 화산지진, 함몰지진으로 나뉜다. 대부분의 규모가 큰 지진은 지각을 이루는 판들의 변형에 따라 발생하는 구조지진이다. 화산활동으로도 지진이 발생하고 거대한 지하 동굴 등의 함몰에 의해서도 지진이 발생한다. 화산지진과 함몰지진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지하 핵실험의 충격에 따른 지진은 인공지진이라고 해서 자연지진과 구분한다. 그러나 핵실험 이후 갱도 등이 붕괴되면서 일어나는 2차 지진은 함몰지진이다.

▷중국은 3일 북한 6차 핵실험 이후 약 8분 30초 만에 규모 4.4의 함몰지진이 발생했다고 핵실험 이후 24분 만에 밝혔다. 핵실험 후 지진파로 감지된 함몰은 5차 때까지는 없던 것으로 6차 핵실험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다. 우리 기상청은 함몰지진 관측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듯하다. 핵실험 이틀이 지나서야 지진파를 고주파 대역과 저주파 대역으로 나눠 분석해 저주파 대역에서 함몰 추정 지진파가 잡혔다고 밝혔다.

▷핵실험 이후의 함몰지진은 지반이 무너져 생긴 틈으로 방사성 물질이 새어나올 수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국민의 안전과도 직결된다. 이 때문에 기상청의 뒤늦은 함몰지진 확인이 비판을 받고 있다. 북한 핵실험은 북한 최북단에 가까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진행된다. 한국의 휴전선과는 400km 이상 떨어진 곳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휴전선 이남 방사능 측정치는 평상시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인근 북한 주민들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부설 북한 전문 미디어 38노스가 북한 6차 핵실험 뒤 촬영한 첫 풍계리 산악지역 사진에는 핵실험장뿐만 아니라 주변 여러 곳의 토사가 무너져 내려 산사태가 발생한 모습이 보인다. 앞서 5차례의 핵실험 때보다 지형 변화가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갱도 붕괴 등의 함몰 흔적은 찾기 어려웠으나 화상도가 낮아 명확한 상황을 알기는 어렵다. 차후 보다 높은 해상도의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광범위한 지형 변화가 있다면 추가 붕괴 가능성도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