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러스트 벨트’ 출산 절벽 작년 전출 인구 41%가 20∼39세… 구직급여 신청자 26% 급등 조선소 폐쇄 군산, 출산율 크게 줄어
1일 오후 울산의 한 산부인과 대기실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가 큰 울산은 올 들어 다른 지역보다 신생아 수 감소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울산=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 경기 침체에 타격받은 출산율
출산율 저하는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울산의 대형 산부인과 인근에서 아기사진 전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산모가 줄어드니 일이 줄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촬영 건수가 30% 정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소 구조조정으로 젊은 사람들이 타지로 나가는 게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울산은 조선업 호황기였던 2011∼2014년만 해도 전입 인구가 도시를 빠져나가는 인구보다 많았다. 하지만 2015년에 떠나는 인구가 들어오는 인구를 역전했고, 지난해는 전출 인구가 전입 인구보다 7622명 더 많았다. 이 중 20∼39세가 41%를 차지했다. 2년 전부터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올 들어 출산율 감소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 한국판 ‘러스트 벨트’마다 출산 줄어
다른 산업도시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판 ‘러스트 벨트’(미국 중서부의 쇠퇴하는 공업 지역)의 출산 절벽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철강업 침체에 시달리는 경북 포항시의 경우 지난해 전출자 2만5000여 명 중 43%가 ‘직업 때문에 이사를 간다’고 주민등록 전출 이유를 써냈다. 포항시 역시 2014년부터 대기업 생산라인이 폐쇄되고 협력업체가 부도를 맞는 등 경기 침체에 시달렸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통상 고용이 혼인으로 연결되고, 혼인이 출산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일자리 늘리기는 저출산 대책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박희창 ramblas@donga.com / 최혜령·박재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