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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떠나는 울산, 신생아 수 14% 뚝

입력 | 2017-09-07 03:00:00

한국판 ‘러스트 벨트’ 출산 절벽
작년 전출 인구 41%가 20∼39세… 구직급여 신청자 26% 급등
조선소 폐쇄 군산, 출산율 크게 줄어




1일 오후 울산의 한 산부인과 대기실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가 큰 울산은 올 들어 다른 지역보다 신생아 수 감소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울산=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올해 상반기(1∼6월)에만 신생아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3% 줄면서 전국이 ‘저출산 쇼크’에 빠졌다. 특히 조선, 자동차, 철강 등 경기 침체에 빠진 제조업 주력 지역의 출산율 저하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조정 여파로 젊은이들이 아이를 갖길 주저하거나 일자리를 찾아 아예 다른 지역으로 떠나면서 해당 지역 출산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 경기 침체에 타격받은 출산율

대표적인 곳이 울산이다. 2015년까지만 해도 울산은 출산 증가율이 1.5%로 전국 평균(0.7%)보다 높았지만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이후인 올해는 1∼6월 신생아 수가 전년보다 14.0% 줄었다. 지자체별로 보면 신생아 감소율 전국 2위다.

지난해 울산의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 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6.2% 급증한 2만9481명에 달했다. 이는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로, 그만큼 실직한 사람 수가 많았다는 뜻이다. 울산 북구 산업단지에서 만난 중소기업 임원 이모 씨(63)는 “2년 전보다 현대중공업에서 주는 일감이 절반 가까이로 줄면서 젊은 사람 위주로 회사를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출산율 저하는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울산의 대형 산부인과 인근에서 아기사진 전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산모가 줄어드니 일이 줄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촬영 건수가 30% 정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소 구조조정으로 젊은 사람들이 타지로 나가는 게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울산은 조선업 호황기였던 2011∼2014년만 해도 전입 인구가 도시를 빠져나가는 인구보다 많았다. 하지만 2015년에 떠나는 인구가 들어오는 인구를 역전했고, 지난해는 전출 인구가 전입 인구보다 7622명 더 많았다. 이 중 20∼39세가 41%를 차지했다. 2년 전부터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올 들어 출산율 감소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 한국판 ‘러스트 벨트’마다 출산 줄어

다른 산업도시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판 ‘러스트 벨트’(미국 중서부의 쇠퇴하는 공업 지역)의 출산 절벽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전북 군산시는 올해 초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잠정폐쇄되면서 일자리가 줄었고, 그 여파가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군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시에서 태어난 신생아 수는 2104명이었는데 올해는 8월까지 1233명에 그쳤다. 군산시 관계자는 “조선소가 문을 닫으면서 중공업 협력업체 86곳 중 67곳이 폐업했고, 4000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며 “출산율이 낮아진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철강업 침체에 시달리는 경북 포항시의 경우 지난해 전출자 2만5000여 명 중 43%가 ‘직업 때문에 이사를 간다’고 주민등록 전출 이유를 써냈다. 포항시 역시 2014년부터 대기업 생산라인이 폐쇄되고 협력업체가 부도를 맞는 등 경기 침체에 시달렸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통상 고용이 혼인으로 연결되고, 혼인이 출산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일자리 늘리기는 저출산 대책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박희창 ramblas@donga.com / 최혜령·박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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