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안전관리원 접수 신고 5년간 한건도 없다가 보름새 74건… 여성단체엔 사흘간 3000건 쏟아져 “역학조사 필요” “과민반응” 엇갈려
수년간 없었던 생리대 부작용 신고가 최근 급증했다. 그동안 묻혀 있던 생리대 부작용 피해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여성환경연대가 내놓은 생리대 유해물질 시험 결과의 신뢰성이 의심받으면서 ‘불안감에 과민 반응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달 말 생리대 위해 평가 결과를 우선 공개한 뒤 부작용을 호소한 여성을 상대로 역학조사를 할지 검토할 계획이다.
6일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따르면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시작된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4일까지 온라인으로 신고된 생리대 부작용 의심 건수는 74건에 이른다. 대부분이 ‘깨끗한나라’가 제조한 생리대 ‘릴리안’ 관련 피해 사례다. 하지만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부작용 신고 접수 업무를 시작한 2012년부터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기 전까지 생리대 부작용 신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에 앞서 여성환경연대가 지난달 21∼23일 사흘간 릴리안 소비자들에게서 제보받은 생리대 부작용 의심 건수는 3009건에 달했다. 10명 중 6명은 생리불순을 호소했다. 또 △생리량 변화 70.7% △심한 생리통 68% △질염 등 여성 질환 55.8%였다. 릴리안 제품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다량 검출됐다고 알려지면서 대다수 여성은 당연히 생리대를 생리불순 등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생리불순은 20∼40대 여성 7명 중 1명에게서 나타나는 흔한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생리불순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4만 명에 이른다. 생리량이 불규칙한 증상까지 더하면 진료 인원은 60만 명으로 늘어난다.
김재현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이사(산부인과 전문의)는 “이런 질환이 생기는 원인은 스트레스, 비만, 과도한 다이어트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김 이사는 “실제 특정 제품(릴리안) 사용자 중 부작용을 호소한 환자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결국 역학조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는 “여성환경연대 시험 결과에서 나온 검출량은 복어 독 같은 맹독성 물질일지라도 인체에 문제가 되기엔 적은 양”이라며 “검출된 물질이 부작용을 일으켰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