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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간부들의 ‘불공정 갑질’

입력 | 2017-09-07 03:00:00

女사무관 술자리 부르고… “왜 쮸쮸바가 없나” 짜증




공정거래위원회 소속 A 국장은 거의 매주 여자 사무관들과 술자리를 함께했다. 자신이 직접 연락하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다른 여직원에게 여자 사무관을 부르라고 시켰다. 지시를 받은 여직원은 “국장님이 시켜서 어쩔 수 없다”고 사정하며 여자 사무관을 섭외했다.

B 과장은 가족여행 숙소 예약 등 사적인 일을 부하 직원에게 수시로 지시했다. 사무실 냉장고에 자신이 좋아하는 빙과가 채워져 있지 않으면 “왜 쮸쮸바를 사놓지 않았느냐”며 부하 직원들을 질책했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공정거래위원회 지부는 6일 ‘공정위 과장급 이상 관리자 평가 결과’ 자료를 내고 이런 내용의 공정위 간부 갑질 사례를 폭로했다. 8월 21∼24일 5급 이하 공정위 직원 410명 중 설문에 참여한 228명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정부 부처 노조가 간부 비위를 대대적으로 폭로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공정위 노조는 부하 직원에게 관사 청소를 시킨 사례, 출장 시 부하 직원에게 개인차량 운전을 시킨 사례도 함께 밝혔다. 공정위 노조는 “조직 내부의 갑질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시장의 불공정 질서를 바로잡겠다며 지시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대기발령 등 인사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 조직은 크게 술렁였다. 관련 사실은 김상조 공정위원장에게도 보고됐다. 공정위는 먼저 노조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경우에 따라 추가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의 한 직원은 “이번 발표가 강한 자극이 될 것 같다”며 “의사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할 방법도 있었을 텐데 일부 과격한 면은 아쉽다”고 말했다. 노조는 비슷한 조사를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