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성들의 ‘화장품 사랑’은 유별나다. 최근 한 화장품 업체 조사에 따르면, 한국 여성은 평균 8개의 기초화장품을 사용하고 있다. 평균 2,3개 제품을 사용하는 유럽에 비하면 3~4배에 이르는 수치다. 특히 11개이나 이상 사용한다는 응답자도 있어 한국이 화장품 강대국이 된 건 아닌지 씁쓸하기도 했다.
분명한 건 ‘여러 종류의 화장품을 무조건 많이 바른다고 피부가 좋아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기능성 제품들에는 자극적인 성분이 포함됐을 확률이 높다. 화장품 개수가 늘면 그만큼 알러지가 생길 위험이 커진다. 그렇게 피부염이 생길 경우 어느 성분 때문인지 원인을 찾기 힘들다. 또 화장품 간 서로 흡수를 막아 효과를 보기 어렵다. 특정 성분끼리 충돌을 일으켜 제품의 장점을 살릴 수도 없다.
특히 ‘화장품과 여드름’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여러 제품을 겹겹으로 바르면 화장품으로 인해 모공이 막힌다. 제때 분출하지 못한 피지는 여드름을 유발한다. 기능성 화장품은 대부분 유분기가 많아 여드름 증상을 악화시키고 자칫 여드름 흉터로 이어질 수 있다. 요즘 같은 환절기엔 피부가 예민해져 화장품에 자극을 받으면 트러블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건강한 피부를 위해 화장품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각질 제거제를 사용했다면 각질제거 기능이 있는 토너 역시 사용할 필요가 없다. 여드름이 있는 피부라면 반복적인 필링은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여러 기능성 제품은 한 번에 모두 바르려 하지 말고, 아침에는 수분기능 제품을, 저녁에는 미백 기능 제품 등 나눠 사용할 것을 권한다.
기능성 제품을 여러 개 사용할 경우 화장품끼리의 궁합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화장품 성분 중에 같이 사용하면 효과가 극대화되기도, 떨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피부 탄력을 책임지는 콜라겐은 단백질 성분으로 구성돼 있는 반면 비타민C는 단백질을 응고시키는 성질을 갖고 있다. 두 제품을 함께 사용할 경우 결과적으로 피부 흡수를 방해한다.
이제라도 일주일에 한 두 개라도 비슷한 제품을 쓰지 않는 습관을 들여 보자. 오늘 당신의 건강한 피부를 위해 화장대를 점검해보는 건 어떨까.
이상준 박사(피부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