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함민복 ‘가을’
가을은 무언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든다. 밖에 나가고 싶고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마음. 더위가 가시고 선선한 바람에 몸이 가벼워지니 그럴 법하다. 그리고 손잡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마른 피부에 온기가 느껴지는 시기니 그렇다. 가을은 사랑하고 싶은 계절이다.
함민복 씨의 시 ‘가을’은 단 한 줄이다. 그런데 이 한 줄만으로 가을 한 계절을 전부 가슴에 품은 것 같다. 시인은 ‘시가 절제’임을 새삼 깨우친다. 하고 싶은 말을 아끼고 아껴 한 줄로 줄였다. 생각해보면 누군들 이렇게 잠들지 않았던 적이 있을까. 가을밤에.
김지 영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