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르드 IMF총재 방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왼쪽)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 등이 7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개최된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해 개회사를 들으며 웃음 짓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한국을 방문 중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61)의 발언에 여대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7일 이화여대를 방문한 라가르드 총재는 ‘한국 교육시스템의 미래와 여성의 역할’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직장에서 (성적으로) 차별받았을 때 나는 그곳을 떠났다. 정당하지 않은 차별은 용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성별이 아닌 잠재력을 알아보는 다른 직장으로 옮겼다”고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이어 “기업에서 육아휴직 등 여성을 위한 보장 제도가 잘 지켜질 때 여성들은 더 큰 충성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게 된다”며 여성 복지가 더 좋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여성 노동인구 비율을 늘리기 위해 보육 혜택, 임시직에 대한 세금 혜택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여성경제 참여율은 올해 7월 기준 53.2%로 남성(74.6%)보다 크게 낮다. 한국의 남성 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4.2%)보다 높지만, 여성 고용률은 OECD 평균(58.6%)보다 낮다. OECD 35개국 중 남녀 고용률 격차가 한국보다 큰 국가는 터키, 멕시코, 칠레 등 개발도상국들이다.
변호사 출신으로 프랑스 재무부 장관을 지낸 라가르드 총재는 2011년에 IMF의 첫 여성 총재로 선출됐다. 학창 시절에는 싱크로나이즈드 수영선수로 활동한 이색 경력이 있다. IMF 총재로서는 두 번째 방한이지만, 프랑스 재무장관 시절인 2010년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여러 차례 한국을 찾았다.
이번 방한에서 라가르드 총재는 경제와 여성이 연관된 주제로 열리는 다양한 행사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전날인 6일에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여성 금융인 콘퍼런스’에서 “고학력 여성들이 양육 문제로 경력이 단절되는 ‘M자형 그래프’를 나 역시 경험했다. 출산으로 근무시간을 바꿔야 했지만 동료 파트너 변호사가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을 보고 올바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법적, 제도적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경제 성장의 혜택을 광범위하게 공유해야 성장이 더 강화되고 지속된다”는 설명이다. 또 최근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기초연금 확대, 청년고용 관련 보조금 등을 언급하며 “경제적 건전성 수준이 올라가면 차세대가 더 부유해질 것을 보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