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일부 의원도 폐지반대 동조 美언론 “트럼프, 이민자에 편견” 일자리 빼앗는다는 주장 반박 한국사회, 불법체류자에 무관심
조은아 기자
한국 사회에서는 페버에게 ‘불법체류자’란 낙인만 주지만 미국은 페버 같은 미등록 청소년을 ‘드리머(Dreamer)’라고 부른다. 여기엔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을 성장시킬 수 있는 꿈나무란 의미가 담겼다. 미국 행정부가 5일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DACA·다카)’ 폐지를 공식 선언하자 다음 날 15개 주와 다국적기업은 물론이고 의원들까지 ‘DACA 수호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시민들이 전국적 집회에 나서며 들끓어도 행정부가 DACA 폐지 뜻을 굽히지 않자 각계에서 불법체류자를 현실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법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의회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DACA 수호 법안’을 통과시키려 온 힘을 보태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뉴욕)는 6일 의회에서 폴 라이언 하원의장(공화)과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에게 청소년 불법체류자를 보호하는 ‘드림 법안(Dream Act)’을 당장 표결에 부쳐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DACA는 한시적 프로그램이지만 아예 법으로 만들자는 얘기다. 공화당 일부 의원마저도 DACA를 지지하고 있다.
미 행정부의 불법체류자 추방 움직임에 미국 전역이 들썩이는데 한국 사회는 미등록 청소년에게 무심하기만 하다. 물론 미국은 이민자 비율이 훨씬 높아 사회적 파장이 클 수밖에 없지만 한국도 다문화가 진전되며 훌쩍 자라버린 미등록 청소년이 늘고 있다. 국제사회와 시민단체들은 인권을 고려해 미등록자여도 청소년만은 추방하지 말자고 주장하지만 주무 부처인 법무부는 움직이질 않는다. 정부는 “불법체류자를 향한 여론이 좋지 않다”는 이유를 댄다. 미국 사회에서처럼 ‘불법체류자가 우리 일자리를 차지한다’,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여론이다.
최근 만난 한 부품조립 중소기업체 사장은 “일하겠다는 젊은 사람이 워낙 없으니 불법체류자라도 일해주면 고마울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한국인이 기피하는 일자리를 그들이 메워주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미등록 아이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이들을 제대로 교육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사회에 대한 반감을 키워 비행을 저지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드리머’ 구하기에 한마음으로 나선 미국 사회를 보면서 우리의 편견이 아이들의 인권과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감이 밀려왔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