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쁜 북핵 외교전]정상회담서 과거사 문제 신경전 靑, 아베 선제 언급에 내심 불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일 간 역사 문제를 다시 끄집어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근거해 ‘해결된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차 전달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또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합의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의 착실한 이행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양국 간 합의(한일협정)에도 불구하고 징용자 개인의 민사적 권리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 한국 대법원 판례”라고 밝힌 데 대해 반박한 것이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기존 입장을 거듭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역사 문제에 대해선 일부 언급들이 있었지만 과거사 문제를 보다 미래 지향적인 문제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차원”이라며 “전체적인 회담 분위기는 좋았다. 양국 관계가 최근 들어 가장 좋은 관계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날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에 문 대통령의 참석을 요청하면서 “그 이전에라도 방문해 주신다면 환영한다”며 일본 방문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한중일 3국 회의가 열리면 기꺼이 참석하겠다”며 별도의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그 대신 아베 총리에게 “내년 평창 올림픽이 열릴 때 한국을 방문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