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제재안 초안 공개]中-러 어디까지 동의할지가 변수
우선 초안에는 원유와 콘덴세이트(초경질원유), 액화천연가스(LNG), 정제 석유제품 등을 포함한 전면적인 석유 공급 중단 카드가 포함됐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을 실질적으로 제재하기 위해 요구한 것이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원안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북한은 원유와 석유를 전적으로 이 두 나라에 의존한다. 만약 전면적인 석유 금수조치가 내려지면 비축유 등을 감안해도 몇 달 안에 모든 차량 운행이 중단되는 등 북한 내부에 큰 혼란이 초래된다. 중국은 북한이 붕괴할 경우 동북아 안정이 깨져 중국 공산당 일당 통치도 큰 타격을 입는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공급을 차단하는 석유의 종류를 일부로 한정하거나 공급량 쿼터를 정하는 등 낮은 단계의 부분적인 중단 조치는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전화 통화 이후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중국이 받아들이는 것이 큰 무리는 아니다. 어차피 중국이 발포까지 하면서 북한 선박을 향해 강경 태도를 보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이번 결의안이 통과돼 한국이나 일본이 북한 선박을 침몰시키는 사태가 벌어질 경우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할 수 있어 중국이 선뜻 찬성하기도 어려운 항목이다.
북한 노동당, 내각, 인민군, 고려항공 등 7개 기관에 대한 제재도 마찬가지다. 리스트에 오른 북한의 7개 기관은 이미 수차례의 유엔 제재로 크게 위축돼 대외활동을 공공연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고려항공이 폐쇄되는 경우 중요한 대북 지렛대 하나를 잃을 것으로 우려할 수 있지만 전면적인 석유 공급 금지 카드 등을 막기 위한 대안은 된다.
김정은 및 고위 인사 4명의 해외여행 금지 및 자산 동결 조치는 상징적인 조항에 가까워 중국과 러시아가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 집권 이후 한 번도 해외에 나가지 않았고 30억∼40억 달러로 추산되는 재산을 해외 은행 등에 은닉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과 그의 측근들에게 큰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주성하 zsh75@donga.com·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