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모세혈관 연구성과 종합 리뷰논문
뇌, 망막, 심장 모세혈관의 현미경 사진(왼쪽부터). 우리 몸에서 가장 넓은 표면적을 가지는 모세혈관은 위치한 장기에 따라 다른 형태와 특성을 갖는다. 과학자들은 모세혈관의 특성을 파악해 질병을 이해하고, 효과적 치료 물질을 발견하는 데 활용하려 한다. 사이언스 제공
모세혈관의 팔색조 매력이 밝혀진 건 비교적 최근 일이다. 얼마 전까지도 영양분을 실어 나르는 수동적 존재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연구 성과들을 통해 모세혈관이 뇌, 간, 심장 등 장기에 따라 형태와 기능이 달라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장(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 팀은 장기별로 달라지는 모세혈관의 특징을 정리한 리뷰논문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8월 25일자에 발표했다. 지난 10년간 세계 각국 과학자들이 혈관의 비밀을 풀어낸 논문 500여 편을 총괄 분석한 결과다. 사이언스 리뷰논문은 국제 학회 등을 통해 해당 분야 과학자들에게 우수한 연구력을 인정받은 석학이 학계의 연구 동향과 성과를 평가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글이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5가지 형태의 모세혈관을 규명했다. 뇌, 망막 등에 있는 ‘연속형 모세혈관(Continuous capillary)’은 혈관내피세포가 틈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장벽을 형성한 구조다. 혈관내피세포가 철벽을 치고 있어 몇몇 물질을 제외하곤 혈관 내외부로 물질 이동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간, 뼈 모세혈관의 현미경 사진(왼쪽부터). 우리 몸에서 가장 넓은 표면적을 가지는 모세혈관은 위치한 장기에 따라 다른 형태와 특성을 갖는다. 과학자들은 모세혈관의 특성을 파악해 질병을 이해하고, 효과적 치료 물질을 발견하는 데 활용하려 한다. 사이언스 제공
특정 장기에서만 발견되는 특이한 모세혈관도 있다. 눈에 있는 ‘슐렘관(Schlemm‘s canal)’은 혈관내피세포가 틈을 두고 배열된 구조로 가림막은 없다. 혈관을 통해 액체를 이동시켜 안구의 안압을 유지하는 역할이다. ‘키큰 내피세포 정맥(HEV)’은 림프샘에만 있는 특수 모세혈관이다. 납작한 다른 혈관내피세포와 달리 직사각형의 키 큰 내피세포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구조다. 내피세포의 틈 사이로 이동하는 림프구를 일시적으로 HEV주머니에 넣어 림프구의 양을 상황에 따라 조절한다.
또 혈관의 특징을 규명하면 효과적 치료 물질을 발견하는 데 이론적 뒷받침이 된다. 뇌의 연속형 모세혈관은 그 구조로 인해 병원균은 물론이고 항체나 약물도 통과할 수 없다. 이를 통과할 수 있는 물질은 특수 처리한 포도당, 철분 정도다. 신경과 관련된 약물을 설계하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모세혈관의 특징을 이해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고 단장은 “모세혈관의 모든 형태를 다 규명했다고 본다. 하지만 모든 기능이 규명된 건 아니다. 현재 혈관내피세포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모세혈관의 다양한 역할을 밝혀내고 있는 단계다”라고 평가했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