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에 동명이인 진보학자 내정 “삼성-현대 없어져도 걱정안돼” 주장 수출입은행장엔 은성수 내정
금융위원회는 7일 이 내정자를 차기 산업은행 회장으로 임명 제청한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재정·금융 정책을 조언했고, 이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한국금융연구원장 등을 지냈다.
이 내정자는 전임자인 이동걸(李東杰) 전 산은 회장과 동명이인이다. 이를 구별하기 위해 산은 내부에서는 ‘구걸’ ‘신걸’로 부른다. 이름은 같지만 성향이나 경력은 판이하게 다르다. 이 전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 선언을 주도한 대표적 친박(친박근혜)계 금융인이다. 경력의 대부분을 신한은행 등 민간에서 쌓았다.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혈세를 투입해서라도 대우조선해양 등 대기업을 지켜주는 게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된다고 봤다.
이런 이유로 이 내정자가 앞으로 중소·벤처기업 등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을 늘려 이 기업들의 일자리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새 정부가 내세우는 ‘생산적 금융’을 뒷받침하는 데 정책금융기관의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자금난에 빠진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을 연명시키기보다는 이들에게 냉정한 구조조정의 원칙을 적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내정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금융정책에 발을 맞추겠다”며 “중소기업 등에 자금을 지원하는 생산적 금융에 관심이 있다”고도 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이날 은성수 한국투자공사(KIC) 사장(56)을 현재 공석인 한국수출입은행장에 임명 제청했다. 은 내정자는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 국제경제관리관을 지낸 정통 국제금융 관료다.
전날 금감원장에 이어 산은 회장, 수은 행장의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금융권 후속 인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다음 주에 손병두 금융위 상임위원이 금융정책 실무를 총괄하는 금융위 사무처장으로 공식 임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KB금융은 8일 23명의 1차 후보군을 3명 안팎으로 압축한다. 이 후보군에 윤종규 회장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공모를 진행 중인 한국거래소 신임 이사장에는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서울보증보험과 Sh수협은행장 인선 절차도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송충현 balgun@donga.com·강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