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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서울!/조현일]제주 정착에 성공하려면

입력 | 2017-09-08 03:00:00


조현일

집을 완성한 뒤 가구를 보러 아내와 딸이 서울 여행길에 올랐다. 섬에서 가구처럼 덩치 큰 물건을 사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구미에 맞는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서울길에 올랐던 아내가 제주공항에 내려서 한 첫마디는 “서울 너무 좋다”였다. 한평생 서울 생활을 했으니, 몸에 맞고 편리한 것은 당연하겠지만 이런 서울 예찬은 처음이다.

“제주에 오면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처럼 살 줄 알았는데….” 집 짓는 일에 내가 너무 몰입하면 잠시 쉬어가라는 의미로 아내의 불평이 터져 나온다. 한 걸음 쉬고 주변을 돌아보며, 다시 일손을 잡는다. 서두르진 않지만, 제주 생활 역시 생활 자체가 되면 바쁘고 긴장감 있는 하루하루가 된다.

제주에 산다는 이유로 지인들로부터 여행 코스나 숙박 시설에 대한 문의를 많이 받는다. 내가 사는 한경면은 제주 서쪽의 시골 마을이다. 관광 인프라보다는 예전 모습 그대로 밭농사와 고기잡이와 물질을 주업으로 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 작은 마을에도 요즘 요가가 열풍이다. 편한 옷차림에 요가 매트를 들고 삼삼오오 모여 요가를 즐기는 사람도 많고, 요가학원은 수강생들로 북적인다.

제주 이주 열풍에는 방송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천혜의 자연을 가진 제주에서 느린 시간 속 여유를 가지는 사람들의 모습은 바쁜 일상을 보내는 도시 사람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도시 사람이 제주에 와서 방송에 나오는 것처럼 매일 노을을 보며 감성에 빠지고, ‘오늘 못 하면 내일 하면 되지’라는 식의 넉넉한 여유로움을 가질 순 없다. 넉넉한 퇴직금을 가지고 자녀가 모두 출가해 양육의 경제적 부담이 없는 노부부나, 큰 자산을 가지고 제주에서의 2부 인생을 즐기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제주 사람들의 삶도 도시와 비슷하게 바쁠 수밖에 없다.

제주로 이주한 사람들의 하루를 방송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하루처럼 생각한다면 제주 생활이 아주 힘들어질 수 있다. 방송의 영상미에 반해 제주 이주를 결심한 사람들 중 도시로 유턴한 경우가 많다. 귀농 귀촌의 실패를 최소화하고 싶다면, 제주에서 살아보는 방법이 가장 좋다. 도시의 모든 것을 다 정리하고 제주로 와 적응하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불만스러운 제주 생활을 하기보다는 1년 정도 도시와 제주를 병행하며 준비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제주에 와서 가족이 살 집을 완성하는 데 2년이 걸렸다. 렌트하우스를 위한 나머지 4채를 다 완성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인내와 노동이 필요할 것이다. 방송에 나오는 것처럼 매일매일 하루 종일 제주 생활이 멋지고 여유롭지는 않다. 하루하루 고된 집짓기를 하지만, 일이 끝난 후 일상적이고 소소한 제주가 주는 행복감에 내일도 힘차게 하루를 시작할 에너지를 얻는다. 제주에 살고 싶다면 제주에서 살아봐야 한다.
 
조현일
 
※필자는 서울, 인천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다 2년 전 제주로 이주해 여행 숙박 관련 사업을 하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