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청춘’ 등 다수의 흥행작을 만들며 1960년대를 풍미한 영화계 원로 김기덕 감독이 별세했다. 향년 83세.
지난 4월 폐암 진단을 받고 투병해오던 고인은 7일 오후 3시 2분 별세했다.
고(故) 김 감독은 1960년대 한국 장르영화의 저변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5인의 해병’(1961)으로 데뷔해 청춘영화 ‘맨발의 청춘’(1964), 공상과학(SF) 괴수영화 ‘대괴수 용가리’(1967), 스포츠영화 ‘영광의 9회 말’(1977)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다.
엄앵란은 8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내 영화인생의 디딤돌이 돼 주고 톱스타로 만들어 주신 분이다. 가시기 전 식사 한번 대접 못하고 떠나보내 마음이 찡하다"라며 "항상 배우들을 부드럽게 대했고, 신성일 씨와 내게는 인생의 은인 같은 분"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Δ모란이 피기까지는(1962) Δ떠날 때는 말없이(1964) Δ불타는 청춘(1966) Δ섬마을 선생(1967) Δ아네모네 마담(1968) Δ별이 빛나는 밤에(1972) Δ언덕위의 하얀집(1972) 등의 작품을 남겼다.
고인은 생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처럼 단기간에 그렇게 많은 영화를 한 감독은 없을 거다. 지금은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많은 작품이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영화를 만들었다. 낮에는 찍고 밤에는 다음 날 찍을 거 각본 쓰고 하면서 만들었다. 큰 줄기만 있었지 디테일(세부 내용)도 없이 촬영에 들어갔었다"고 회상했다.
김기덕 감독은 공연윤리위원회 영화·비디오 심사위원을 비롯해 대종상 집행위원과 심사위원장, 서울예술대학 학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제1회 대종상 신인감독상(1962), 옥관문화훈장(2003) 등을 받았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