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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최강]북핵, 가보지 않은 길도 가야 한다

입력 | 2017-09-09 03:00:00

당위적 대화 주장, 더 이상 설 곳 없어
생존위협 받을 만큼 대북 압박만이 해법
평화 지키려면 군사적 압박도 해야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북한은 마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비웃기라도 하듯 3일 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수소폭탄을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행동을 통해 확인시켜 준 것이다. 이번 북한의 핵실험은 ‘언제 하느냐’의 문제였지, ‘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북한의 목표는 수소폭탄을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확보하고 핵국가로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대화를 제의하고 뭔가 준다고 하면 북한이 전략적 도발을 중단할 것이라는 주장은 북한의 목표를 잘못 판단한 것이다. 경제적 지원과 평화체제 논의라는 유인책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수 없다는 것이 수차례 증명되었다. 이상론적·당위론적 대화 주장은 더 이상 설 곳이 없다. 최근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막기 위해 느슨하고 낮은 수준의 동결을 모색하자는 주장은 너무 안이하다. 이는 사실상 북한의 핵을 용인하여 국제 비확산 체제를 형해화하고, 더욱 중요한 것은 한국(일본도 포함)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노출된 상태로 놔두기 때문이다.

북한을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끌어내고 협상을 통해 북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 스스로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북한 체제의 생존이 위협받을 정도의 압박을 가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대화와 협상에 나오지 않을 것이고,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북한이 정말 아파하고 체제 존립이 위협받을 정도의 포괄적이고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추진해야 한다. ‘도발→제재→소강·무관심→도발’이 반복되는 것을 더 이상 수용할 수 없는 절박한 상태임을 인식하고, 핵을 가진 북한과는 공존할 수 없다는 점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압박과 제재의 강도가 강하고 범위가 포괄적일수록 대화의 가능성이 증가하고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경제 제재가 효과 없다는 주장은 제대로 된 제재를 지금까지 안 했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다. 북한이 아파할 부분을 찾아내 제재해야 한다. 원유공급 중단, 금융제재는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북한으로 들어가는 물품에 대한 통제도 추진해야 한다. 위조지폐, 마약거래 등과 같은 각종 불법행위도 법 집행 차원에서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 북한 인권 문제도 강하게 거론하여 외교적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 인권변호사 출신의 대통령을 가진 국가로서 북한에 대해 예외적인 입장을 가져서는 안 된다.

군사적 압박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지금까지 해 오던 형태로는 부족하다. 우리 군의 능력을 최단기간 내에 증강해서 신뢰할 수 있는 자위력, 북한이 두려워하는 군사력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성급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모색하기보다는 한미 연합방위 체제를 유지하고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주한미군의 전력 증강도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지 강화와 구체화 차원에서 요구해야 한다. 전략자산 순환배치가 아닌 상시배치, 전술핵 재반입, 미사일방어 체제의 보강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일본과의 안보협력도 강화하여 우리가 필요한 것을 확보하고 활용해야 한다. 다양한 군사훈련을 불시에 실시하여 북한의 군사적 피로감을 높이고 자원을 고갈시키는 것도 추진해야 한다.

북한 사회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정보 유입과 전파의 다양한 경로를 개척하고 투입할 필요도 있다. 동시에 북한 주민의 고통을 덜고 마음을 얻기 위한 인도적 지원은 안보 상황과는 무관하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평화이지 전쟁이나 대결이 아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지금까지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가야 한다. 반(反)병진정책이 대결적이고 한반도 상황을 더욱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의미 있는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북한을 끌어내기 위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물론 긴장이 고조되고 위기가 발생하고, 반대하는 국가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결기가 없는 한 누구도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며 운전석에 앉아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우리의 생존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순간에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키우기만 한다. 국제사회의 협력과 공조를 강화하고 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도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