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배리 매닐로(Barry Manilow)의 ‘Ships’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늘 소개하는 노래는 우호적이지 못한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낭만적인 광고 음악으로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가사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고 그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는 부자간의 안타까운 이야기입니다.
아들이 고향 부모님 집을 찾아갑니다. 아버지와 아들은 해변을 함께 산책하다가 나란히 앉아 바다를 바라봅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손을 잡아 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우린 밤바다에 스쳐 지나가는 두 척의 배 같구나. 멀리서 손을 흔들며 잘 있었냐고 인사만 나누는…. 우린 이제 낯선 사람들 같아. 우린 너무 멀어졌고, 너의 소식은 네가 편지를 해야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어렸을 적 가장 의존하고 사랑했던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깊이 각인되어 오래갑니다. 어릴 적의 상처는 뇌의 회로를 왜곡된 방식으로 배선시키고, 그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어기제를 과다하게 발달시키기 때문이죠. 그 상처의 극복은 정말 어렵습니다. 하지만 스스로의 부단한 노력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가능하죠. 가능하니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도 있는 것입니다.
명절 때에는 족보상으론 가깝지만 친밀하지는 않은 사람들과 만나게 됩니다. 별생각 없이, 혹은 좋은 의도로 한 이야기가 상대방의 취약한 부분을 건드릴 수 있죠. 어디에 어떤 지뢰가 숨어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특히 밖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더 취약합니다. 그 가족에서는 약자니까요. 그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인터넷을 뒤져서 각 연령대와 처지가 명절 때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의 순위를 찾아보시면 좋을 것입니다.
저는, 이번 추석 때에는 친절한 표정으로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고, 상대방의 입장을 공감하려 노력하고, 의뢰하지 않는 이상 제 의견을 먼저 말하지 않고, 의뢰해도 최소한 세 번은 숙고한 후에 조심스럽게 말하겠습니다.
정말 중요한 이야기라면 상대방이 기분 나쁠 수 있어도 건설적이고 상대방을 위하는 방식으로 말해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을 말하나보다 어떻게 말하나가 더 중요할 때가 많죠. 정말 꼭 해야 하는 이야기라면 세련되고 재치 있게 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그런 능력이 별로 없고, 저희 가족 중엔 저보다 현명한 사람이 더 많죠.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