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민 “무릎꿇은 엄마보고 반성 장애-비장애인 행복한 동네로” 반대 주민측은 “입장 변화없다” 전국 특수학교 주변 공시지가 일부 지역선 상승률 더 높아
21년 전 설립 반대 심했던 강남 밀알학교, 이젠 주민들 쉼터로 1996년 서울 강남에 밀알학교를 세울 때도 주민 반대가 컸다. 반대 주민들은 소송을 제기하고 공사현장 앞에서 대규모 집회까지 열었다(왼쪽 사진). 그로부터 21년 뒤 밀알학교는 장애학생과 학부모, 지역주민 등 모두의 사랑을 받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10일 오후 학교 별관 1층 카페에서 주민들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오른쪽 사진). 밀알복지재단 제공·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주말 내내 장민희 씨(46·여)의 휴대전화로 날아든 문자메시지와 통화 내용이다. 5일 열린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2차 주민토론회’에서 장 씨 등 장애학생 부모들이 반대 주민 앞에 무릎을 꿇고 호소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덕분이다. 무릎 꿇은 엄마들의 ‘눈물의 호소’에 특수학교가 들어설 예정인 강서구 주민들의 마음도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 ‘설립 찬성’ 서명에 8만여 명 동참
특수학교 설립을 지지하는 서명 참여도 늘고 있다.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강서구를 사랑하는 모임’(강서사랑모임)은 지난달 말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지지 서명을 받고 있다. 시작 초반 보름이 지나도록 1만 명도 모이지 않았다. 하지만 5일 토론회 당시 장 씨 등이 무릎을 꿇은 영상이 공개되자 주말까지 총 8만1000여 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대부분 강서구 주민이고 다른 구에 사는 시민도 일부 동참했다. 강서사랑모임 김상일 대표는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의 생각이 마치 전체 주민의 뜻으로 비치는 데 반감을 갖게 된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지지 의사를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특수학교가 우리에게 당연히 필요한 기본권처럼 인식되게끔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서울에 특수학교가 없는 구가 8개나 된다”며 여전히 반대의 뜻을 밝히고 있다. 한 주민은 “그날 우리도 무릎을 꿇었다”며 “학교 설립을 둘러싼 논의가 감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설립 반대)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 ‘집값 하락’은 근거 없는 편견
특수학교가 설립될 때마다 주민들은 ‘집값 떨어진다’며 반대한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오해다. 10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167개 특수학교 인접 지역의 2006∼2016년 부동산 가격을 조사한 결과 특수학교 인접 1km 이내 주택표준공시지가는 매년 평균 4.34% 올랐다. 비인접 지역(1∼2km)의 4.29%와 큰 차이가 없었다. 울산과 경남의 일부 특수학교 인접지역은 오히려 비인접지역보다 땅값 상승률이 높았다.
강서구의 또 다른 특수학교인 교남학교도 학교 시설과 텃밭을 개방해 주민 쉼터와 유치원생 체험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대전 동구의 혜광학교도 2006년 학교 담장을 허물고 공원을 조성한 뒤 ‘담장 없는 학교’로 주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김배중 wanted@donga.com·김단비·김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