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간선제로 10월 12일 선거’ 발표
총무원장 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1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 설정 스님과 수불 스님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직선제와 수좌들의 승려대회 개최, 종단 내의 ‘적폐청산’ 요구 등 선거를 좌우할 여러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조계종은 6일 제35대 총무원장 선거를 다음 달 12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치른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2013년 재임에 성공해 8년 동안 조계종을 이끌었던 자승 원장 체제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설정 스님(왼쪽)과 수불 스님.
“종단의 어려움을 극복할 소임이 주어진다면 외면하지 않겠다.”
8일 충남 예산 수덕사에서 사실상 출마선언을 한 설정 스님에 대해 자승 원장 측이 최선의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평이 많다. 중앙종회 의원과 교구 본사 주지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321명)에 대한 영향력이 압도적인 현 집행부와 신망이 높은 설정 스님의 결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결합은 산술적인 표 계산에서는 유리하지만 “설정 스님 출마는 자승 원장 체제의 연장선”이라는 종단 개혁파의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다.
설정 스님이 학력 의혹을 최근 사실상 인정한 것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관건이다. 스님은 이제껏 여러 인터뷰와 저서에서 자신이 서울대 농과대를 졸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출마선언 당일 “1976년 서울대 부설 한국방송통신대 농학과를 졸업했는데 그간 본의 아니게 바로잡지 못해 참회한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밝혀온 수불 스님은 “중도 하차는 결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일각에서 “지난해 금품을 살포하며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입후보 자격을 문제 삼고 있는 게 걸림돌이다. 한 불교계 관계자는 “수불 스님은 20년 이상 승가의 전통에 따른 대중공양을 해왔을 뿐이라고 해명한 상태”라며 “수불 스님의 출마가 무산된다면 선거는 공정성 시비에 휩쓸려 파국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직선제와 수좌회…선거 좌우할 쟁점들
후보군과 별개로 이번 선거의 또 다른 불씨는 여전하다.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스님들의 80.5%가 찬성한다고 밝혔을 정도로 직선제 열망이 뜨겁지만 종단 집행부가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3월에는 수행승 1800여 명의 모임인 전국선원수좌회가 “이번 선거에 직선제를 도입하라”고 공개 천명하기도 했다.
수좌회는 지난달 9일 ‘직선제 및 적폐청산을 위한 전국승려대회’를 열겠다고 결의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1986년과 94년, 98년 세 차례 열렸던 승려대회는 열릴 때마다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원로모임인 장로선림위원회의 인준이 계속 미뤄지며 개최 여부는 미궁에 빠졌다.
매주 목요일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리는 촛불법회도 집행부로선 부담이다. 주최 측인 ‘청정승가공동체 구현과 종단개혁을 위한 연석회의’와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는 14일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범불교도대회’ 개최를 예고했다. 건강 문제로 명진 스님의 단식은 중단했으나, 수좌회 소속 용상 스님과 대안 스님이 뒤를 이으며 조계사엔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