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대도산시대’
#사례 2. 역시 올해 초 문부과학성이 퇴직 간부를 와세다(早稻田)대 등에 낙하산으로 무더기로 취업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일본에서 관료의 낙하산 알선은 불법이어서 상당한 논란이 됐다.
두 사례는 언뜻 관계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최근 일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책 ‘대학대도산시대’(사진)의 저자 기무라 마코토(木村誠) 씨는 ‘생존의 기로에 놓인 대학의 몸부림’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는다. 자금난에 빠진 대학들이 군사 분야에 손을 대거나 낙하산을 받아서라도 연구비를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30년 동안 교육 문제를 취재해 온 전문 저널리스트다.
두 번째는 최근 20, 30년 동안 일본의 대학이 급증한 것이다. 일본의 대학 수는 1990년 507개에서 지난해 777개로 늘었다. 1990년대 초반 정부가 대학 설립 규제를 완화하고 자치단체들은 지방 활성화를 내세우며 경쟁적으로 대학 유치에 나선 탓이다.
이제 대학들은 살아남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다. 저자는 지금이야말로 장기적 안목을 가진 창조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일본 곳곳에서 일고 있는 변화의 움직임을 소개한다.
아키타(秋田)현 산속에 자리 잡은 국제교양대는 영어수업과 학생 전원 해외 유학을 내세워 전국에서 학생들을 끌어모은다. 취업률은 100%다. 야마나시(山梨)현의 쓰루(都留)시는 주민 10명 중 1명이 쓰루문과대 학생이다. 교원 양성에 특화된 덕분에 전국에서 학생이 모이고, 이들이 인구 3만 명의 소도시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무용론까지 대두되며 벌써 20%가량이 사라진 여대의 생존 노력도 눈물겹다. 한때 청바지 통학을 금지할 정도로 보수적이었던 쇼와(昭和)여대는 멘토 제도와 적극적인 취업훈련으로 6년 연속 여대 취업률 1위를 달성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