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게임사가 달라졌다.. 복지와 업무 환경이 '대기업 못지않네'

입력 | 2017-09-11 19:16:00


한 때 크런치 모드와 같은 강도높은 업무 환경으로 세간의 주목받았던 게임업계가 몇 차례의 홍역을 치룬 뒤 빠르게 업무 환경을 개선시키고 있다.

회사에서 밤 새기를 밥먹듯 한다던 업계의 관행은 하나 둘 씩 사라지고, 복지가 늘어나고 급여가 좋아지면서 서서히 양질의 일자리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젊은 층이 호감을 가지고 있는 직업군인데다, 중견기업들이 매년 수십~ 수백 명 단위의 직원을 충원하는 한 편, 사내 복지도 대기업만큼 좋아지면서 젊은 층에게 최적의 일자리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개선되어 가는 업무환경..'칼퇴근 정착중'>


"때가 어느 땐데요. 이제 칼퇴근은 기본입니다. 야근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럴 경우 수당이 다 나와요. 대가없이 야근하는 건 없어졌어요."

구로디지털단지역 근처의 퇴근길. 저녁 6~7시가 되자 게임업계 직원들의 퇴근 러시가 이어졌다. 알고 지내던 게임업계 개발자들을 만나보니 크게 두 가지가 바뀌었다는 얘기가 돌아왔다. '칼퇴근이 보편화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불가피하게 야근할 경우 야근 수당이 지급된다는 것' 이었다.

고용노동부(출처=게임동아)


판교 측으로 이동하여 또 몇 몇 개발자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비슷한 상황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용노동부 등의 밀착 감시 탓도 있지만,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임업계 간의 공감대가 업무 환경의 질을 대폭 끌어올리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이처럼 국내 탑 10에 속한 게임사들의 직원들은 대부분 '확 바뀐' 근무 환경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야 회사다닐 맛이 난다'는 반응도 있을 만큼 개선점이 눈에 띄었다.

다만 여전히 20명 안팎의 중소 게임사같은 경우 업무 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과의 업무환경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 게임사들은 이같은 직원들의 불만을 해소해주기 위해 지분을 일부 배분하거나 향후 성공에 대한 인센티브를 명확히 명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경우가 늘어났다.

<깨지는 포괄 임금제..게임사들 앞 다투어 환경 개선>

업무 환경이 개선된 데는 대형 게임사들이 그동안 있었던 문제점들을 하나씩 개선해나가고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 특히 도마위에 올랐던 '포괄 임금제'가 최근 깨지는 분위기다.

아무리 야근을 해도 급여 인상 개념이 없는 '포괄 임금제'는 IT기업들이 진행중인 가장 큰 병폐로 지목받아왔다. 하지만 지난 노동부 감사에 지적을 받은 대부분의 게임사가 그동안의 미지급금을 직원들에게 제공했으며, 야근에 대해 추가 금액을 제공하거나 제공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야근 수당 지급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다."면서도 "게임회사의 경우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하는 경우가 많고 각각 기준이 달라 각각 문제가 안되게 검토하는 과정에 있다. 궁극적으로는 외국계 기업처럼 승인을 받아야만 야근을 할 수 있게 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업무 환경 개선의 일환으로 중견 기업들의 인력 충원도 늘고 있다. 게임사들은 클런치 모드의 대책으로 인원을 확충해 업무환경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일례로 엔씨소프트 같은 경우 최근 200여 명의 인원을 추가 모집한다고 하면서 판교 사옥이 모자라 근처의 대규모 사무실을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블루홀, 넥슨 같은 경우도 최근 인원을 대폭 늘리며 업무 환경 가중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있다.

이외에도 넷마블 게임즈, 컴투스, 스마일게이트 등 많은 게임사들이 이같은 시류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이며, 덕분에 조금씩이나마 중소 게임사들 사이에서도 이같은 인식 개선의 흔적이 보여지고 있다.

<10대 기업 복지 향상 급증..대기업 뺨치네>


국내 대표적인 게임기업들의 복지도 크게 개선이 되고 있다.

넥슨은 369 재충전 휴가제도로 3년차, 6년차, 9년차에 맞춰 최대 20일의 휴가와 더불어 500만원의 휴가비(9년차 기준)를 지원하며 해외 문화체험도 별로도 지원했는데, 올해는 8월중 5박7일로 노르웨이를 갈 수 있도록 지원한 바 있다. 탄력적 출퇴근 시간제 뿐만 아니라 콘도 지원, 주택 마련을 위한 대출 지원제도도 운영하며, 가족들까지 의료비가 무료로 지원되는 '단체 상해보험'도 운영중이다.

엔씨소프트는 사내 어린이집이 500평에 이르며 영유아 시설로는 최초로 외국어 놀이수업교육 과정을 인증받아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한다. 피트니스, 체육관, 스파 시설 외에도 넥슨과 마찬가지로 가족들에게도 의료비가 무료로 지원되는 '메디컬 플랜' 복지가 가동중이다.

또 NHN엔터테인먼트같은 경우도 40세 이상의 직원들에게 별도의 건강관리형 PT를 제공하며, 10년, 20년, 30년으로 나뉘어 최소 3백만원에서 일천만원까지 페이코 포인트를 지급한다. 대학교 첫 학기 등록금과 입학금 전액을 회사가 제공하는 것도 NHN엔터테인먼트 만의 장점이다.

이외에도 스마일게이트가 직계가족의 의료실비를 5천만원까지 지원하고 상활자금 대출과 출산, 육아비 지원을 진행하고 있으며, 넷마블게임즈가 연봉 외에 연 200만원의 복지 포인트가 주어지고 장기 근속 직원에게는 10돈의 황금열쇠와 포상 휴가가 주어지는 등 복지에 힘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게임업계 중견기업들의 복지와 업무 환경이 좋아지는 가운데, 중소 게임사들의 여건 개선 문제가 시급한 해결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중견 기업들은 이미 대기업 못지않은 환경을 구축하고 있어 젊은 층의 선호 직업군으로 되어가고 있다."라며 "다만 그만큼 중소 게임사에 다니는 직원들이 상대적 박탈감이 심해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견기업들 중심으로 개편된 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중견 기업들과 정부가 상생 정책을 펴고 중소 게임사를 이끌어줘야 게임산업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업무 환경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학동 기자 igela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