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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통업 기회의 땅에서 무덤으로

입력 | 2017-09-12 05:45:00

한반도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중국이 유통업계의 기회의 땅에서 무덤으로 전락했다. 사진제공|롯데마트


■ 사드 관련 ‘한·중 갈등 6개월’

롯데마트 피해액 1조 추산…철수 미정
실적 악화로 이마트 6개 점포 매각 확정
사드 추가배치 갈등 장기화…전망 암울

한반도 사드(THAAD·고도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유통업계에 중국은 이제 시련과 번민의 지역이 되어 버렸다.

현재 중국 내 전체 점포가 112개(슈퍼마켓 13개 포함)에 달하는 롯데마트의 고민은 더욱 크다. 전체 매장 중 87곳의 영업이 중단됐고 나머지도 중국 내 반한감정 여파로 영업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중국 롯데마트 영업장이 연말까지 올스톱 될 경우, 피해액은 1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아직까지 롯데의 공식 입장은 일단 버틴다는 자세이다. 3월 3600억원의 운영자금을 긴급수혈한 데 이어 최근 중국 롯데마트·백화점 법인을 소유한 홍콩 롯데쇼핑 홀딩스가 중국 금융기관에서 직접 차입해 3억 달러(약 3400억원)의 자금을 추가 조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롯데마트 측은 “중국시장 철수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며 “해외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장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드의 추가 배치로 한·중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 롯데마트 철수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의 행정조치가 계속되면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하고, 매장의 절반 가량을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이에 롯데마트 측은 “중국 사업이 어렵다보니 여러 대안 중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떠돌고 있을 뿐”이라며 “현재까지 규모, 시기, 방법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다. 구체적으로 얼마를 줄이겠다는 인위적인 인력 감축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롯데그룹 역시 “중국 사업 철수는 검토 대상이 아니다”며 철수설에 대해 일축하는 모습이다.

● 이마트는 매각, 현지화 실패 누적적자 1500억 대

이와 달리 이마트는 중국 전 점포(6개)를 매각하기로 했다. 이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최근 스타필드 고양 개장 행사에서 “중국 시장 철수 절차를 밟고 있고, 연말까지 완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마트는 1997년 국내 대형마트 최초로 상하이에 첫 매장을 열고 중국에 진출했는데, 20년 만에 중국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이다. 철수의 주된 이유는 현지화 실패로 인한 실적 악화다. 중국 이마트는 2011년 한 해 1000억원 넘는 손실을 기록한 후 최근 4년 간 누적 적자액만 15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 내 반한정서가 확산되면서 서둘러 철수를 결정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마트 측은 “중국 사업 철수를 위해 다양한 옵션을 검토 중”이라며 “매각 절차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처럼 국내 유통업의 대표 기업들이 중국에서 고전을 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인구 13억명의 중국은 가파른 경제성장과 함께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한때 국내 유통기업들의 ‘기회의 땅’이었는데 이제는 무덤이 됐다”며 “사드 추가배치로 중국이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 대해 초강경 모드가 계속될 전망이어서 더 힘든 상황이 벌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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