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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무료”… 엄지족 유치에 사활건 증권사들

입력 | 2017-09-12 03:00:00

증권업계 ‘점유율 높이기’ 출혈경쟁
모바일 주식거래 갈수록 크게 늘어
NH투자증권은 ‘평생 공짜’ 파격 등… 대형사들 ‘치킨게임’ 치달아




‘엄지 투자자’들을 붙잡기 위한 증권사들의 무료 수수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투자자가 늘면서 고객 점유율을 높이려는 기 싸움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를 두고 “증권사의 수익 모델이 다양해지는 과정”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증권업계의 무의미한 출혈 경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주식거래 수수료를 경쟁적으로 낮추고 있다.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는 모두 ‘무료 수수료’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특히 업계 1, 2위인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의 경쟁이 치열하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모바일증권 ‘나무’ 계좌를 개설한 고객에게 ‘수수료 평생 무료’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었다. 이에 미래에셋대우도 8월 마감 예정이던 무료 수수료(8년) 이벤트를 두 달 연장하며 대응했다. 삼성증권은 휴면 고객과 올해 말까지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는 고객에게 3년간 주식거래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신한금융투자도 무료 수수료 혜택을 2030년까지로 늘렸다.

이 같은 수수료 인하 경쟁은 증권사들이 모바일 주식거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2013년 9.3%에 그쳤던 유가증권시장의 모바일 주식거래 비율은 올 6월 17.7%로 급증했다. 개인투자자 위주인 코스닥시장에선 이 같은 ‘엄지족’의 비율이 같은 기간 17.5%에서 34.5%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안인성 NH투자증권 상무는 “최근 은행권에 인터넷전문은행 열풍이 부는 것을 보면 증권업계도 디지털 혁신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모바일 주식거래에서 젊은 고객들의 기반을 넓히기 위해 (수수료) 가격 파괴 전략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수익 모델이 다양해지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의견도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거래 수수료 의존도를 낮추고 자산 규모를 키워야 증시와 관계없이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할 수 있다”며 “(수수료 인하 경쟁은) 대형사 간 덩치 불리기 경쟁이 심화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영업이익에서 위탁매매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7년 말 57.2%에서 올 6월 말 29.7%로 크게 줄었다.

영업이익에서 수수료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 중소형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작은 증권사까지 무료 수수료 확대에 동참하면서 수익은 갈수록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