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비정규직 개선방안 발표
《기간제 교사 및 영어·스포츠 등 학교 강사의 정규직 전환이 무산됐다(본보 8월 31일자 A1·8면). 교육부는 11일 교육분야 정규직화를 검토해 온 국공립학교 비정규직 약 6만9000명 중 유치원 돌봄교실, 방과후 과정 강사 1000여 명과 학교회계직원 1만2000여 명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비정규직의 절반에 이르는 기간제 교사(3만2734명)는 제외됐다. 이번 결정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이 초반부터 벽에 부딪히게 됐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교사 간 ‘노노(勞勞) 갈등’은 교원단체의 반발과 함께 후폭풍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11일 발표된 ‘교육 분야 비정규직 개선 방안’에 따르면 유치원 강사 1000여 명과 전산보조, 통학차량 운전사 등 학교회계직원 1만2000명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 정규직 반열에 합류하게 됐다.
교육부는 7월 2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 계획’이 발표된 뒤 교육 분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논의를 위한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왔다.
현재 교육 분야 총 종사자 규모는 58만 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비정규직은 약 6만9000명을 차지한다. 특히 비정규직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기간제 교사 및 1만9000여 명에 달하는 학교 강사의 정규직 전환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기간제 교사 약 3만2000여 명은 모두 제외됐다. 학교 강사 중에도 유치원 돌봄교실 강사(299명)와 유치원 방과후 과정 강사(735명)만 무기계약직 전환이 권고됐을 뿐, 나머지 영어회화 전문 강사, 초등 스포츠 강사, 다문화 언어 강사 등 1만8000여 명은 모두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배제됐다. 교육부는 대신 이들에 대한 처우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 교육 분야 비정규직 개선 가이드라인에서 정규직에 해당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이 권고된 것은 학교회계직원으로 분류된 1만2000여 명뿐이다. 학교회계직원이란 △과학실험실 보조 △조리사·급식보조 △전산보조 △시설관리사 △돌봄전담사 △통학차량 운전사 △영양사·사서 등으로 교육 현장에서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는 직군을 말한다.
김형기 교육부 교육분야고용안정총괄팀장은 “이미 상당수의 학교회계직원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상태지만 그중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 55∼60세 근로자 등은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서 배제돼 왔다”며 “이번에는 이들까지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 포함시켜 시도교육청 심의를 거친 뒤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정부 ‘희망고문’이 노노 갈등 키웠다
수개월간 숱한 갈등과 논란을 낳았던 교육 분야 비정규직 개선 방안이 일부 학교회계직원의 정규직화라는 ‘시시한 결론’에 그치자 교육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애초부터 무리한 정치적 이상에 발맞추려다 교육계만 황폐화시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애초에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정규직 전환이 불가능했던 기간제 교사 등 교육 비정규직을 마치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처럼 검토해 비정규직에게 ‘희망고문’을 하고 교육계의 ‘노노(勞勞) 갈등’만 야기했다는 것이다.
경기지역 학교의 기간제 교사 이모 씨는 “아이들을 함께 가르치는 동료로서 협력적 관계라 믿었던 정규직 교사들이 나를 반대하기 위해 서명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이방인’인지 느꼈다”며 “제아무리 처우가 개선된대도 이번 논란에서 받은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간 정부를 지지해 온 민노총 산하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는 공약 파기를 인정하고 사과하라”며 “교육부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 결정 구조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우경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