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백제의 충신 성충(成忠)은 좌평으로서 의자왕의 음탕함을 여러 차례 간하다가 왕의 노여움을 사 옥에 갇혔다. 성충은 “충신은 죽어도 임금을 잊지 않으니 한마디 하고 죽겠습니다. 시국을 보건대 반드시 전쟁이 있을 듯한데, 반드시 상류에서 적을 맞이해야 지킬 수 있습니다. 적군이 침입하면 육로는 탄현을 넘지 못하게 하고, 수군은 백마구를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야 합니다” 하고 죽었다. 그러나 이 말을 무시한 백제는 당나라 소정방에게 패하여 끝내 멸망하였다.
개인의 가정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다. 개를 기르는 것은 도둑을 막기 위함이요, 개가 짖는 것은 사사로운 뜻이 있어서가 아니다(畜犬, 所以防盜也. 犬吠, 非有私意也). 그런데 밤중에 개가 짖으면 주인이 나와 살펴보고는, 아무 흔적이 없으면 모두들 개를 야단친다(中夜聞吠, 主人出而伺察, 或不見形影, 則未有不怒犬者也). 사람은 알지 못하지만 개는 본 것이 있기 때문에 그러는 것인데, 꾸짖어도 개가 계속 짖어대면 사람은 심지어 개를 차고 때리기까지 한다. 조용히 이유를 생각해 보고 가만히 개를 따라가 살펴본다면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을 텐데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