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우리도 장애인이 될지 몰라요. 공존해야 한다는 걸 조금 늦게 안 거지.”
서울 동대문구 성일중학교 인근에 사는 주민 A 씨는 2년 전을 회상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지난해 12월 개소한 서울발달장애인훈련센터(이하 센터) 반대 활동을 했던 자신의 지난날을 얘기하며 “(부끄러워서) 다 잊어버렸는데…”라는 말을 반복했다.
A 씨는 2015년 여름 서울시교육청 등이 성일중 건물 일부를 사용해 센터를 만든다고 공지하자 센터 반대 운동에 앞장섰다. ‘고교 졸업을 앞둔 나이인 센터 장애인들이 중학생들을 해코지할지 모른다’ ‘장애인 통학버스가 다니면 그나마 좁은 길이 막힌다’는 등의 논리로 반대집회를 열었다. 센터 공사용 자재를 실은 트럭이 동네 입구에 들어서자 ‘인간 띠’를 만들어 막아서기도 했다. 오십이 넘도록 장애인을 제대로 만난 적 없는 그에게 이들은 막연한 불안감의 대상, 그뿐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A 씨 마음이 불편해졌다. 집회 현장에서 마주한 장애인들은 ‘사람 해칠 괴상망측한 모습’이 아닌 그저 선한 사람이었다. 시교육청에서도 “직업교육을 하고 나면 사회에 문제없이 적응하고 살 친구들”이라며 A 씨 등을 설득해갔다. 장애인 학부모가 무릎 꿇는 모습을 언론에서 본 고향 어른들은 A 씨가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사람 좋아하는 놈이 왜 사람을 미워하고 나서느냐”며 점잖게 꾸중했다. A 씨는 “무릎 꿇는 모습을 보고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았는데 그 꾸중을 듣고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고 했다.
고민 끝에 A 씨는 결국 찬성으로 돌아섰다. 함께 반대하던 주민들은 A 씨 등을 ‘간첩’이라고 비난했다. 그런 주민들을 A 씨는 “우리도 앞으로 어찌될지 모르지 않냐. 막연하게 사람 미워하지 말자”고 설득했다. 다른 주민들도 동조하고 나섰다. 한때 500명 가까이 되던 센터 반대집회 참가자도 썰물처럼 빠져 10명도 채 남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2월 센터는 문을 열었다. ‘ㄷ’자 모양의 성일중 건물 왼쪽 4개 층 전체를 사용한다. 반대집회의 여파를 반영하듯 중학교로 통하는 길목은 모두 펜스로 막혔다. 입구도 달리 했다. 그러나 올 7월 바리스타, 제과·제빵사 등의 직업교육을 받은 수료생 125명이 나올 때까지 주민들이 우려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센터 담장에 봉사자들이 벽화를 그리며 동네 분위기가 밝아지자 주민들 표정도 밝아지고 있다. A 씨는 “원래 조용하던 동네다. 반대집회 했을 때가 가장 시끄러웠던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