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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혜민-엄재용 부부 “유니버설 떠납니다”

입력 | 2017-09-12 03:00:00

수석무용수 동반은퇴 발표
11월 24∼26일 ‘오네긴’ 고별무대, 같이 호흡 맞춘 전막공연 900회 넘어… 남편 엄씨는 프리랜서로 계속 활동




지난해 발레 ‘심청’에서 호흡을 맞춘 엄재용(왼쪽)과 황혜민 부부. 이들은 유니버설발레단에서의 마지막 작품을 앞두고 “많은 분들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발레 ‘오네긴’에서 아름다운 사랑을 갈망하는 순진한 소녀 ‘타티아나’는 엇갈린 사랑을 한탄하며 도시귀족 ‘오네긴’과의 사랑을 포기하기로 결심한다. 타티아나는 오래도록 간직해 해어질 대로 해어진 사랑의 편지를 찢고 눈물을 흘리며 절규한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황혜민(39)-엄재용(38) 부부는 ‘오네긴’을 고별무대 작품으로 선택했다. 이들은 “언젠가 유니버설발레단을 떠난다면 ‘오네긴’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 다 ‘오네긴’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국립발레단 강수진 단장도 지난해 발레 ‘오네긴’을 끝으로 토슈즈를 벗었다. 왜 ‘오네긴’이 고별무대였을까. 강 단장은 “실제 삶이 발레만큼 드라마틱하지는 않지만 누구나 가끔 무언가와 작별을 해야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2013년 이후 4년 만인 올해 오네긴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11월 24∼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오네긴’이 유니버설발레단에서 황혜민 엄재용 부부의 고별무대가 됐다. 11월 24일 개막공연과 26일 폐막공연에 오르는 이들은 “최고의 정점에서 행복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고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인연은 고등학생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학년 위의 황혜민에게 한눈에 반했던 엄재용은 유니버설발레단에 2000년 입단한 뒤 2년 뒤 입단한 황혜민과 다시 만났다. 2002년부터 함께 2인무를 추며 호흡을 맞춘 이들은 10년간의 연애를 거쳐 2012년 8월 국내 현역 수석무용수로는 처음으로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들이 호흡을 맞춘 전막 공연만 해도 900회가 넘는다. 황혜민은 엄재용에 대해 “상대를 빛나게 해주는 환상의 파트너”, 엄재용은 황혜민을 “파트너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는 무용수”라고 평가했다.

‘무언가와 작별을 할 때’라는 것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때’이기도 하다. ‘오네긴’이 유니버설발레단에서 이들의 고별무대이지만 이들은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로서의 작별인사일 뿐 무용 인생을 끝내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엄재용은 프리랜서 무용수로 활동할 계획이며, 황혜민은 휴식을 취하며 2세 출산 등을 고려할 예정이다. 이들에게는 발레 인생 1막을 마치고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인생 1막이 펼쳐질 뿐이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