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 백지은은 ‘늦게 핀 꽃’이다. 그간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채 프로 무대를 전전했지만, 이젠 어엿한 팀의 주장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사진제공 | 더 바스켓
연습생 신화→대학진학 유턴→프로 지명
“후배들과 합심해서 반드시 우승반지 낄 것”
KEB하나은행 포워드 백지은(30·177cm)은 여자프로농구에서 스타덤에 오른 선수는 아니지만 선수들 사이에서는 인생역전 스토리로 유명하다.
고교를 졸업하고 연습생 신분으로 KDB생명(당시 금호생명)에 입단해 2년 뒤 정식선수가 됐다. 연습생 신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팀 사정상 2년 만에 짐을 싸야 했다. 갈 곳이 없었던 그는 대학진학을 선택했다.
백지은은 일본 나고야에서 진행 중인 팀 전지훈련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9월 12일 미쓰비시와의 연습경기 때도 쉴 새 없이 떠들었다. 주장으로서 동료들이 어린 팀의 특성상 코트 위에서 말로 리드해야 했다. “원래 계속 떠드는 스타일이라 조용히 하면 농구가 잘 안 되다”면서 밝게 웃은 백지은은 “함께 뒤는 선수들이 아직 어린 탓인지 유독 우리 팀은 업다운이 심하다. 그래서 더 말을 많이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전지훈련 뿐 아니라 국내에서 훈련할 때도 후배들이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느꼈다. 3∼4년을 함께 한 선수들이라 새 시즌에는 호흡도 더 좋아질 것 같다. 지난 시즌과는 확실히 다르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농구선수로서는 신장이 큰 편이 아니지만 상대의 빅맨을 수비하는 중요한 역을 책임진다. 파워와 근성을 앞세워 KEB하나은행의 골밑을 든든하게 지켜내고 있다. 백지은은 “2번째 프로선수가 되고 나서‘내가 경기에 뛰려면 할 수 있는 게 수비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한 게 지금까지 왔다. 힘은 타고 났다. 하지만 골밑 수비는 힘만으론 안 된다. 입단 이후 4년간 꾸준하게 근력운동을 했는데 시즌을 거듭할수록 몸이 좋아진 덕분”이라며 비결을 공개했다.
어렵게 프로선수가 돼 꿈을 실현하고 있는 그의 마지막 목표는 우승이다.
나고야(일본)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