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 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과 관련해 청와대는 어제 “북한이 외교적 고립과 경제적 압박에서 헤어 나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완전하고 불가역적이며 검증 가능한 ‘핵 폐기’를 위한 대화 테이블로 나오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북이 스스로 ‘핵 폐기’를 선언할 때까지 최대의 압박과 관여를 하겠다는 취지다. 청와대는 또 “빠른 시간에 중국과 러시아가 동참해 제재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을 높게 평가한다”면서도 대북 원유 동결을 포함한 원안에서 후퇴한 데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지난달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전쟁 불가와 ‘핵 동결’을 말한 것과는 사뭇 다른 강경한 메시지다.
북이 사실상 ‘레드라인’을 넘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기존 대북 유화 정책에서 선회해 입장을 바꾸는 듯한 모습은 다행스럽다.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과 탄두 중량 해제에 합의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에 원유 공급을 금지하는 안보리 결의안에 협조를 구했다. 무엇보다 도입에 부정적이었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전격 배치했다.
그런데 정작 지지층 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대선 캠프 자문단 ‘10년의 힘 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어제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트럼프 입맛에 맞는 얘기를 제일 잘하는 일본 아베 총리처럼 돼 가고 있다”며 “나는 문재인이라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는 데 협조를 했는데, 지금 동명이인이 우리나라를 지배하고 있다”는 식으로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냈다. 안보관에 대한 인식 차이를 떠나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적 언사다.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대통령이 적폐로 쫓겨난 박근혜 정부와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군 통수권자의 기본 책무다. 핵무기를 적화통일의 유일한 수단으로 삼는 김정은에 맞서 단호한 대응으로 북의 변화를 유도하고 현실적인 대북정책을 고민하는 것은 대통령의 당연한 의무다. 지지했다고 무책임하게 발목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