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원전정보 비대칭’ 우려
이 기관들은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할 공론화 논의 기간에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일시적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정부는 ‘에너지 전환 정보센터’(www.etrans.go.kr) 홈페이지를 새로 개설해 탈(脫)원전 및 신재생에너지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원전 안전과 관련된 자료는 숨기면서 원전 위험성을 강조하는 자료만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쪽에만 유리한 일방적 정보 제공으로 ‘정보 비대칭’이 발생해 국민들이 원전의 장단점에 대해 균형감 있는 판단을 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 원전 장점 알리는 자료 잇따라 삭제
한수원이 삭제한 자료에는 ‘지진에도 안전한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 등 원전의 안전성을 다룬 내용들이 담겨 있다. 이 자료들에는 원전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고, 발전 단가가 저렴해 장점이 많다는 내용이 실렸다. 해외에서 원전 건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다룬 자료, 지난해 12월 개봉한 원전 재난영화 ‘판도라’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블로그 글 등도 삭제됐다. 원자력문화재단은 △원전이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갖는 장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불러온 오해 등에 대한 글을 비공개 처리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신고리 5, 6호기 공론조사가 진행 중이라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글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원자력문화재단 측은 “현재 홈페이지 개편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사실 확인이 추가로 필요한 일부 게시물을 비공개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두 기관 모두 정부의 공식 지시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 글들은 공식 행정문서가 아니라 게시판 관리자가 임의로 처리해도 된다는 게 해당 기관의 설명이다.
○ “탈원전만 홍보하는 정부, 균형 찾아야”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안전을 알리기 위해 블로그에 올렸던 홍보 자료(위쪽)가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정부가 이달 개설한 ‘에너지 전환 정보센터’ 홈페이지에는 원전 위험성을 강조하는 홍보물(아래쪽) 등 다양한 탈원전 홍보 자료가 실려 있다.곽대훈 의원실 제공
전문가들은 공론화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중립을 지키고 원전의 장단점을 공평하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국민들이 원전의 위험성과 더불어 원전의 장점도 알아야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며 “원전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달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