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범’ 현빈-‘조직보스’ 윤계상… 차기작에서 반전있는 배역 맡아 “관객 호기심 자극, 제작진 선호”
우락부락한 외모의 배우가 악역을 하던 시대는 갔다. 왼쪽부터 영화 ‘범죄도시’에서 생애 첫 악역을 소화한 배우 윤계상, ‘대장 김창수’의 송승헌, ‘브이아이피’에서 살인마를 연기한 이종석. 각 배급사 제공
배우에게 ‘악역’이란 이런 존재다. 최근 개봉한 영화 ‘브이아이피’에서는 배우 이종석이 잔혹한 사이코패스 역할을 맡아 주목받았다. 하얗고 순해 보이는 외모로 줄곧 ‘꽃미남’ 역할만 해 왔던 그는 이 영화에서 해맑게 웃으며 사람을 죽이는 살인마로 연기 변신을 꾀했다. 까딱하면 기존의 맑은 이미지까지 잃을 수 있는 ‘도박’이었던 터라 주변의 만류도 컸다고 한다. 그럼에도 연기 변신을 통해 “내가 연기 좀 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알아주었으면 한다”는 게 악역을 선택한 그의 포부다.
험상궂은 외모의 ‘악역 같은’ 배우들이 악역을 맡던 시대는 갔다. 오히려 고운 외모의 꽃미남 배우들이 스크린의 주요 악역을 꿰차고 있다. ‘시크릿 가든’ 등 주로 멜로드라마에서 로맨틱한 연기를 선보여 온 배우 현빈은 JK필름이 제작하는 범죄 스릴러 영화 ‘협상’에서 인생 첫 악역으로 희대의 인질범 역을 소화할 예정이다. 지난해 액션 코미디 영화 ‘공조’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해보고 싶은 역’을 묻자 바로 돌아온 답이 “악역”이었던 그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아이돌’이나 ‘꽃미남’처럼 고정된 이미지를 벗고 배우로서 한 단계 성숙하기 위해 악역 선택만큼 효과적인 건 없다”면서도 “다만 실패했을 때 기존 이미지마저 잃을 위험이 커 선뜻 택하기 어려운 양날의 검”이라고 밝혔다.
악역은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자, 기존의 이미지를 한 번에 뒤집는 도구가 된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영화 속 악역 캐릭터가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도 반영됐다”며 “예상 밖의 배우가 악역을 맡으면 관객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극에 신선함을 줄 수 있어 제작진도 선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