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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도 지쳤다… 이젠 웃어보자

입력 | 2017-09-13 03:00:00

14일 개막 ‘에비앙’ 왕관 지키려는 전인지
‘2년차 징크스’인가, 올해는 2위만 5번
평균타수 3위 등 기량 떨어지지 않아
“행복한 골퍼가 꿈” 성적 압박 벗으려 노력
박성현 등도 한국인 ‘메이저 독식’도전




“내 인생의 꽃은 아직 피지 않았다.”

전인지(23)는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뒤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역대 메이저대회 최소타 기록(최종합계 21언더파 263타)을 새로 쓴 기념비적 우승이었다.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을 발판 삼아 지난해 신인상과 베어트로피를 휩쓸었던 전인지는 올 시즌에도 그에 못지않은 활약을 예고했다.

그러나 올 시즌 전인지는 좀처럼 미소를 꽃피우지 못하고 있다. 준우승만 다섯 차례 기록하며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눈앞에서 우승을 놓치는 일이 되풀이되며 ‘2년차 징크스’라는 꼬리표도 이름 뒤에 붙기 시작했다.

성적에 대한 부담을 느끼면서 마지막 라운드에 결정적인 실수가 나온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달 열린 캐나다퍼시픽여자오픈에서도 전인지는 4라운드 11번홀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다 승부처에서 흔들리며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마지막 홀에서는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리며 2위마저 지키지 못했다.

올 시즌 평균 타수 전체 3위(69.391타)에 오를 정도로 꾸준히 경기력을 유지하면서도 우승을 위한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인경(29·한화)은 평균 타수(69.791타·9위)가 전인지에게 뒤졌어도 올 시즌 이미 세 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전인지에게 우승이라는 마침표가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LPGA투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는 전인지. LPGA 제공

14일(한국 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에서 막을 올리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디펜딩 챔피언 전인지가 우승 갈증을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승이 아쉬운 전인지는 지난주 인디 위민 인 테크(IWIT) 챔피언십에 불참하며 에비앙 챔피언십을 정조준하고 있다. 2000년 이 대회가 LPGA투어에 편입된 이후 사상 처음으로 2연패에 도전한다. 시즌 첫 우승의 기쁨과 동시에 ‘메이저 퀸’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다.

정작 스스로는 성적에 대한 압박을 느끼기보단 즐기는 마음으로 대회에 임하겠다는 각오다. 전인지는 12일 LPGA투어 홈페이지에 실린 인터뷰에서 “골프에서 스코어도 중요하지만 행복한 시즌을 보내는 것이 나에게 더 중요하다. 내 꿈은 행복한 골퍼가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성적 부담 때문에 스스로를 코너에 몰아넣진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신인왕 1순위 박성현(24·KEB하나은행)이 지난해 준우승의 아쉬움을 풀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올 시즌 US여자오픈 등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시즌 상금 선두(176만9650달러·약 19억9700만 원)를 달리고 있는 박성현은 이번 대회로 경쟁자와의 격차를 벌리겠다는 각오다. 박성현은 신인왕 경쟁에서 1285점으로 이미 독주체제를 굳혔다. 2위 미국의 에인절 인(559점)과는 726점 차다.

세계랭킹 1위 유소연(27·메디힐), 슈퍼루키 최혜진(18·롯데) 등도 출사표를 낸다. 앞서 메이저대회 ANA 인스피레이션(유소연), US여자오픈(박성현), 브리티시오픈(김인경)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태극낭자들은 에비앙 챔피언십까지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4승에 도전한다. 한국계 선수 대니얼 강(25)의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우승까지 포함하면 한국(계) 선수들이 메이저대회를 독식하는 ‘코리아 슬램’이 완성될 수도 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