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삼 전문기자
도시 미관을 해치고 보행을 방해하며 식품위생, 환경오염 문제까지 일으키는 일부 불법·무허가 노점상 단속은 그의 주 업무다. 그런데 엄두를 못 낸다? 그의 설명을 들어 보니 노점상 단속을 마음먹으려면 적어도 5개의 ‘저항선’과 맞닥뜨릴 각오를 해야 할 듯했다.
△1차 저항선: 구청 내부에서부터 호의적이지 않다. 단속을 나갈 때마다 지게차 등을 빌리고 용역인력을 동원하느라 1000만 원 넘는 돈이 들지만 표(票)로 연결되지 않아서다. 단속 효과는 뚜렷하지 않은데 소란만 피워 오히려 표가 떨어진다고 본다. C 씨는 “그나마 우리 구청장은 불법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소신이 강해 다행”이라고 했다.
“우리 구청의 집중단속 대상은 A구역과 B구역이다. 인도를 무단 점유한 A구역은 무허가라 원칙적으론 다 철거해야 하지만, 구청 측에선 노점상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규격화해 2부제로 영업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그마저 거부당했다. 20∼30년간 한자리를 틀어쥐고 하루 수십만 원의 매상을 올리는 기득권 세력이다. 집이 두세 채인 자산가도 여럿이라고 들었다. 그간 누려온 걸 조금 내려놓고 시민에게 보행권을 돌려주자는 게 생존권 침해인가.
B구역은 영세노점상들의 생계를 돕기 위해 허가를 내주고 노점 거리로 특화한 곳인데, 약 30%는 실제 주인이 따로 있다는 게 문제다. 1명이 5개 이상을 운영하기도 한다. 노점상은 이들에게 월 300만∼400만 원의 자릿세를 낸다. 노점 5개를 가진 주인은 월 2000만 원 가까운 불로소득을 챙기면서 세금 한 푼 안 낸다. 그 실태를 조사하러 나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3차 저항선: 지켜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참 나쁜 공무원들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 괴롭힌다’는 원망이 실렸다. 단속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고 비난한다. C 씨는 “단속 나가기 전에 그곳 노점상들의 생활여건을 웬만큼 파악한다. 아무리 불법 영업이라 해도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과일 몇 상자, 옥수수 몇 통 내놓고 파는 사람들의 생업을 뒤엎겠나. 통행에 지장을 주면 자리만 뒤로 조금 물리도록 계도할 뿐”이라고 해명했다.
△4차 저항선: 현장에 출동한 경찰도 우군으로 보기 어렵다고 한다. 노점상이 완력으로 단속을 가로막아도 공무집행방해로 체포하는 일은 드물다. C 씨는 “말썽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경찰의 처지는 이해하지만 정당한 공권력 행사가 절실할 때 외면해 야속하다”고 했다. 최근 단속 땐 다친 것뿐만 아니라 황당한 일도 겪었다. 노점상 3명에게 얻어맞고 쫓기다 인근 파출소로 피신했는데, 경찰관은 그에게 대뜸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고 쌍방폭행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현장 영상이 담긴 폐쇄회로(CC)TV 덕분에 누명을 벗을 때까지 3시간 동안 피의자로 조사를 받았다.
진보 지향 정부에서 이런 기류는 자칫 더 강해질 수 있다. 이미 일부 노점상단체는 노점상 단속을 ‘적폐’이자 ‘일자리 박탈’로 몰아세웠다. 이런 프레임에 갇히면 생계형 노점상과 기업형 노점상을 구별해 다루려는 선의의 정책도 도매금으로 청산 대상이 되고 만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도식적으로 양분되면 ‘생활불법’과의 전쟁은 강력한 ‘6차 저항선’과 직면할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 곳곳의 ‘깨진 유리창’을 갈아 끼우려면, 그런 당연한 일을 해내려면 점점 더 큰 용기가 필요하게 될 것 같아 걱정스럽다.
이형삼 전문기자 h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