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CJ E&M 글로벌영화산업설명회에서 정태성 영화사업부문장이 해외 진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CJ E&M
한국영화 수출의 최대 시장인 중국시장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 여파로 가로막힌 상황에서 CJ E&M이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시아를 넘어 터키로 그 무대를 확장한다. 한국영화의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CJ E&M은 13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글로벌 영화사업 설명회를 열고 “2020년까지 해외에서 자체 제작해 개봉하는 영화를 20편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미 중국과 베트남에서 리메이크해 성과를 낸 ‘수상한 그녀’처럼 다양한 나라에서 통할 수 있는 킬러콘텐츠의 개발은 물론 직접 현지 영화 제작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CJ E&M이 한국영화의 기획 개발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린 데는 최근 3년여 동안 한국영화시장이 정체기를 거듭하는 데 따른 자구책이다. 2014년 처음 2조원대로 진입한 한국영화 시장은 3년째 근소한 상승폭을 보이는 상황. CJ E&M은 이를 “정체상태”로 보고 있다.
CJ E&M 정태성 영화사업부문장은 “한국은 1인당 연간 영화관람 횟수가 세계 최고수준이어서 큰 폭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영화 핵심 타깃인 20~30대의 인구 감소 추이도 뚜렷하다”고 밝혔다.
2013년 개봉해 800만 관객 성과를 거둔 ‘수상한 그녀’는 CJ E&M의 이 같은 해외 진출을 이끈 원동력으로 꼽힌다. 중국에서 ‘20세여 다시 한 번’이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된 영화는 역대 한중합작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베트남에서는 ‘내가 니 할미다’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돼 역시 흥행 1위에 올랐다.
CJ E&M은 ‘수상한 그녀’ 이후 ‘써니’를 주력 콘텐츠로 개발할 계획. 보편적으로 공감할 만한 이야기인데다 음악이 중심인 영화라는 사실에서 경쟁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오싹한 그녀’, ‘스파이’, ‘형’ 등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한 작품들의 해외 리메이크 및 합작을 추진한다.
동시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지 영화 제작사와 손잡고 한국영화 리메이크가 아닌 현지 영화 제작도 진행하고 있다.
CJ E&M 임영균 영화사업부문 해외사업본부장은 “로컬 영화를 제작하다보면 현지 문화적 차이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며 “그래서 각 나라의 영화 시장을 가장 잘 아는 현지 영화사를 파트너로 선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