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시 ‘방문객’
엊저녁을 생각해본다. 아이가 학원에 오래 앉아있다 왔다. 남편이 혹은 아내가 회사일이 늦어서 혹은 술자리로 늦게 들어왔다. 나이든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오랜만에 친구와의 약속 자리에 다녀오셨다. 한 가정의 문을 열고 매일 저녁 들어오는 이들. ‘방문객’이라기보다는 ‘거주자’겠지만, 그렇다고 이 시편과 들어맞지 않는 건 아니다. 십몇 년을 커왔고 수십 년의 미래가 앞에 놓인 아이, 인생의 중반을 허위허위 지나가는 남편과 아내, 살아온 날들을 길게 뒤로 한 노년….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들을 맞을 때 한 사람의 과거가, 현재가, 미래가 한꺼번에 들어온다.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다.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