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충장로 광주극장에 전시 중인 영사기. 1950, 60년대에 사용한 것이다. 오른쪽 사진은 1층 임검석 입구.
광주극장은 개관 당시부터 ‘조선 제일의 대극장’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1968년 화재가 발생했다. 절도범이 전기모터를 훔치는 과정에서 불이 나 건물이 대부분 타버렸다. 지금의 극장 건물은 그때 다시 지은 것이다.
극장 곳곳엔 세월의 흔적이 가득하다. 외벽에 거는 영화간판은 아직도 경력 30년의 영화 간판 전문화가가 직접 그린다. 안으로 들어가면 ‘영화는 광고 없이 정시에 시작합니다. 상영관은 하나입니다. 지정좌석제가 아닙니다…’라고 쓰인 안내판이 있다. 표를 끊고 들어가 원하는 자리 아무 데나 앉으면 된다. 건물 내부엔 광주극장의 역사를 담은 사진과 옛 영화의 포스터 입간판 등이 전시되어 있다. 2층에 올라가면 큼지막한 영사기 두 대가 눈에 들어온다. 1950, 60년대에 사용했던 것이다.
1935년 서울엔 스카라극장이 생겼다. 그 스카라는 2005년 건물 철거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82년 된 극장이, 옛 전통을 지켜내며 스크린 하나에 의지해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한다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10월이 되면 광주극장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개관 82주년 기념 영화제를 연다. 내년에도 10월은 또 찾아올 것이고, 벌써부터 ‘광주극장 100년’이 기다려진다.
이광표 오피니언팀장·문화유산학 박사